"경영권 아닌 주주권…밸류업 핵심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업계 "국민연금 의결권 적극행사, 국내주식 투자 비중 유지해야"
국민연금 "기업 공시 의무 확대해야"
-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경영권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합니다. 권리를 가진 존재는 주주입니다." (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전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토론'을 공동주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네덜란드 연기금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 기업 및 유관단체, 학계 등 관계자가 참여했다.
◇코리아 '저평가'도 부끄러워…주주 권리 보호·강화해야
주제발표를 맡은 아마르 길 ACGC(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CG워치 조사에서 한국이 4%포인트(p) 올라 한 단계 올라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밸류업 프로그램 출범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문제 해결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
이어 "주주권리 강화 위한 입법 진행상황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의무 공개매수제도 같은 입법제안은 국회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나선 박 전무는 "미국은 30년간 GDP는 4배, S&P는 10배 성장했는데 우리나라의 GDP는 7배, 코스피는 3배 성장했다"며 "우리나라가 GDP만큼 성장했다면 코스피는 6000이 넘는다. 국내 시장은 저평가로 말하기도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사회는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고 일반 주주를 보호해 주는 장치는 없다"며 "최소한 상법에서라도 주주를 위한 책임이 있다고 이사회에 말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반주주의 주식가치가 저평가되는 것을 바로 잡는 게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이고 밸류업의 핵심"이라며 "지금 정부는 상속세, 총수 세금 깎아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공감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을 위한 사후 구제가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주주대표 소송이 1년에 10건도 되지 않고 사후 구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런 역할을 할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제도설계를 잘하고 금융감독원 등이 소송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엔 '의결권 행사·투자 유지', 업계엔 '공시 강화'
밸류업을 위해 국민연금의 연기금으로서의 의결권 행사, 국내투자 유지 등 역할론도 강조됐다.
소액주주 플랫폼인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주 제안을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이 어떻게 주주권 행사를 검토했는지 자세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의무를 확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욱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비중 대해대해 유지만 해줘도 도움이 된다"며 "일관된 메시지 차원에서 일본 GPIF도 많이 확대된 부분이 있다. 밸류업과 같이 인게이지해나간다면 과거와 다른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의결권 관련해 기업가치 훼손을 검토하는데 기업들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제시해야 한다"며 "공개되는 정보의 양이 너무 적거나 없는 경우가 있어 저희가 묻는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600여개 이상 기업 주총이 2월 말~3월 말 한 달에 집중돼 있다"며 "의결권 행사를 위해 분산해서 주청을 개최해달라 요구하지만 기업들은 반응이 없거나 외면한다. 법적 장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복현 원장도 모두발언에서 "연기금과 운용사는 자본시장 내 핵심 투자주체로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현 이사장 역시 "밸류업지수를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활용방안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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