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에 '러브콜' 보내는 운용사…상품 개발보단 홍보전?

점유율 경쟁에 유튜버 활용…구독자 활용 상품 가입 유도
"유튜버, 광고 정보 전달자 불과해…상품 검증 못 해"

삼성자산운용 'KODEX ETF' 유튜브 콘텐츠 '슈카이즈백'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알리기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를 통해 ETF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개인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유튜버의 유명세만 빌려 점유율 경쟁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5월부터 유튜브 채널인 'KODEX ETF'에 자사 펀드매니저 출신 유튜버 '슈카(전석재)'와 '슈카 이지 백' 고정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투자 이야기'와 '월 배당 투자법'에 대한 콘텐츠를 공개했다.

KB자산운용은 ETF 브랜드 '라이즈(RISE)' 리브랜딩 이후 첫 일반 고객 대상 행사를 다음 달 2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준비 중이다. 이 자리에는 연금 투자 전문 유튜브 채널 '서대리 TV'를 운영 중인 유튜버 서대리의 강연이 펼쳐진다. 은퇴 후 ETF를 활용한 캐시플로우 설계 및 연금에서 투자하기 좋은 ETF 선택 방법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 6월 ACE ETF 콘텐츠를 IT 유튜버 SOD와 협업해 선보였다. 영상에서는 ACE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밸류체인 ETF에 대해 소개했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말 'ETF를 활용한 연금 투자 전략 세미나'에 서대리를 패널로 초청한 바 있다.

운용사들이 유튜버들과 협업을 확대하는 것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홍보전이다. ETF 시장이 160조 원을 넘어가면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데,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가 관련 상품을 소개하면 개인들의 투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테크를 잘 아는 유튜버가 소개했으니 믿고 투자하는 식이다.

전일 기준 슈카월드의 구독자는 336만명이며, 서대리 TV는 15만9000명이다. SOD도 69만1000명에 달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운용사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보다 유명 유튜버에만 기대 홍보 경쟁에 열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또 유튜버 섭외 등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운용업의 본질인 상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상품 카피캣(모방 상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한 판매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우려다.

특히 협찬이나 광고를 받은 유튜버도 결국 해당 기업의 광고 정보 전달자이지, 검증 역할은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에게 올바른 정보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운용사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홍보,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건강한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과 수익률 제고에 보다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