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왜"…사업재편도, 민심도 잃은 두산그룹株 시총 6.2조 증발

두산, 사업재편 발표 전보다 주가 38% 하락
'투자자 반발+금감원 제동'에 사업재편 철회했지만 주가 부진

두산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두산그룹주(株)의 주가가 사업 재편을 선언하기 전보다 최대 38%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도 안 돼 주요 4개 회사에서만 시가총액이 6조2000억 원 넘게 증발했다.

소액주주 피해 논란에 금융감독원까지 제동을 걸면서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은 없던 일이 됐지만, 급락한 주가에 "누구를 위한 사업재편이었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000150)은 지난달 11일 24만1500원이던 주가가 전일 14만7900원으로 38.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7.9% 내린 점을 고려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이 기간 시총은 1조5466억 원 넘게 감소했다.

다른 계열사도 상황이 좋지 않다. 두산로보틱스(454910)는 지난달 11일 8만5300원(종가)에서 다음 날인 12일 장중 10만9300원까지 뛰었지만, 전일에는 6만93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11일 종가 대비 18.7% 주가가 하락해 시총이 1조371억 원 이상 사라졌다.

두산밥캣(241560) 역시 지난달 11일 5만2000원에서 12일 장중 5만9500원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일 종가는 4만2050원이다. 지난달 11일과 비교하면 19.1% 하락했다. 시총은 9975억 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시총이 2조6263억 원이나 감소했다. 주가는 지난달 11일 2만1850원에서 연일 하락하며 전일 1만77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락률은 18.7%다.

두산그룹주의 주가 하락은 지난달 11일 장 마감 후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흡수하는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 됐다. 지배구조 과정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 대 0.63으로 정하면서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금융감독원이 소액주주 피해를 우려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나서는 등 제동을 걸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합병비율을) 시가를 기준으로 하게 돼 있지만 할증, 할인이 법에서 허용된 상태"라며 "이에 대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있다면 경영진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공시를 통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현시점에서는 추진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 이후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은 그대로 진행한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에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고, 소액주주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불면서 기업 이미지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무리한 사업구조 개편이 독(毒)이 됐다는 평가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흡수합병 공시가 나온 7월 11일 이후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실망감에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추가 지배구조 개편도 녹록지 않다. 이 연구원은 "현재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자회사였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인적분할 반대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