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만 위한 합병"…'투자자 이익 침해' 재차 지적한 이복현 금감원장

지배구조 관련 연구기관·상장사 관계자 초청 간담회 진행
두산 합병 증권신고서 2차 정정 요구한 가운데 연일 압박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녹색전환 시대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2024.8.27/뉴스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합병이나 공개매수 등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심도 깊고 현실성 있는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28일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기업지배구조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과 상장회사 협회 관계자를 초청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이후 학계, 재계, 금융계, 및 일반투자자 등 의견을 지속 수렴 중이다. 지난 21일에는 학계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그간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일정 부분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 결정으로 투자자가 실망하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고 재차 지적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부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 3사 분할·합병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이 손실을 본다는 비판이 잇따른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2차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과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방향, 기업이 노력할 점, 주주 충실의무 도입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참여자들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시장참여자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프로젝트로,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의 의사결정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와 공시기준 강화, 사외이사 연임제한 등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주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 모두 공감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주총안건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안내하고 전자투표를 활성화하며, 기업 CEO가 IR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주주 충실의무 도입 관련,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주주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반대의견도 있었다. 양측 모두 합병 등 주요행위에 대한 개별적 제도보완 필요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주주충실의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업 입장 등을 감안한 실현 가능한 이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번 논의가 상장기업의 밸류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일반회사 전체로 확대하기 보다 상장회사에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우려에 대해 일정한 면책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투자자 보호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합병, 물적분할 등 사례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개별 제도개선을 통해 정책효과 극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주주 충실의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이사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유인이 증가하고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포괄적 의무사항 도입보다는 명확한 행위기준이나 구체적·개별적 규정 제·개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