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1000만원도 안되는 ETF가 전체 중 13%…73개는 '상폐 예비조'

평균 거래대금 1000만원 이하 ETF 115개
"시장 조성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 필요"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160조 원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하루 거래대금이 1000만 원도 채 안 되는 ETF가 전체의 1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시장 규모는 지난 26일 기준 157조 6501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00조 원을 겨우 넘겼던 ETF 시장 규모가 60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규모가 커진 만큼 ETF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근 1년 새 ETF 상품 개수는 761개에서 881개(27일 기준)로 120개 늘어났다. 3일에 1개꼴로 새로운 ETF 상품이 출시된 것이다.

문제는 하루 거래대금이 1000만 원을 밑도는 ETF가 전체 중 13%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최근 20거래일 동안 평균 거래대금이 1000만 원선을 넘지 않는 상품은 115개에 달했다. 상장폐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ACE 러시아MSCI(합성)' ETF와 전날 신규 상장한 ETF는 계산에서 제외했다.

규모가 작아 상장폐지 조건에 부합하는 ETF도 지난 26일 기준 73개에 달했다. 상장된 전체 ETF 중 8.3% 해당하는 수준이다. 브랜드 별로는 △PLUS(18개) △HANARO(11개) △RISE(8개) △TIGER(8개)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일로부터 1년이 지난 ETF 중 반기 말 기준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ETF가 다음 반기 말에도 순자산총액 50억 원을 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매년 ETF 상장폐지가 있었지만 올해 ETF 상장폐지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ETF 시장이 커지고 상장 종목 수도 늘어나면서 운용사들은 잘 되는 ETF 위주로 운용하려고 하다 보니 소규모 ETF를 자진해서 상장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ETF가 상장폐지 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종목이 상장폐지 됐을 때 주식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는 것처럼 치명적인 금전적 손실은 없다. 투자자는 상장폐지 2거래일 전까지 유동성공급자(LP)가 제시하는 호가로 ETF를 매도하거나 상장폐지일 이후 순자산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차감한 해지상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지상환금을 받기 전까지는 투자금이 묶이고 상장과 상장폐지가 반복되면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뉴스1 ⓒ News1

전문가는 ETF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ETF 시장은 더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품이 나타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거래대금이 낮으면 ETF가 가진 본연의 장점인 환금성이나 유동성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가 국내 증권사로 한정돼 있고 LP가 유동성을 공급하려고 해도 거래가 잘 되는 상품에 공급하고 싶어 한다"며 "유동성 공급 범위를 좀 넓혀서 거래가 잘 안되는 상품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LP가 최소한의 의무보다 더 큰 비용과 리스크를 지불하면서까지 호가를 제출했다가 재고를 다 떠안는 등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LP를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저유동성 상품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경우 거래소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시장을 조성하는 차원에서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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