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도 뒤집지 못한 '승인 취소'…이노그리드, 1년간 코스닥행 막힌다

경찰, 관련 고소 내사 종결 처리에도…재심사 영향 없어
이노그리드 측 반발…거래소 상대 소송 제기될까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한국거래소가 사상 초유의 상장승인 취소 사태가 발생한 이노그리드(126830)에 대해 '재심사'를 진행한 결과 기존 '효력불인정' 의견을 유지하면서,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간 신규 상장 신청이 막히게 됐다.

거래소는 기존 의결 이후 변동사항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노그리드 측은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발하고 있어 추가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제18차 시장위원회를 열고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결과 효력불인정 재심사에 대한 심의를 거쳐 기존의 효력불인정 의견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월 18일 거래소는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를 뒤집은 것은 1996년 코스닥시장 개장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유로는 '상장예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을 들었다. 누락 내용에 대해 "최대주주 지위분쟁 관련 사항으로 증권신고서 수리 단계에서 발견돼, '소송 등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위험'을 증권신고서(6차 정정)에 기재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재심사 때 효력 불인정 번복할만한 자료 제시 없어"

이같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승인 취소는 전례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전 대주주인 박모씨의 '민원'에서 시작됐다.

박씨 측은 이노그리드가 지난 1월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증권신고서 수리 절차를 밟고 있던 시점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이사는 지난 2019년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거쳐 회사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지난 2019년 무상증자·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고, 2021년 자신의 지분매각이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민원을 계기로 거래소 측은 '최대주주 지위 분쟁 가능성'에 대해 인지했고, 이에 대해 이노그리드가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승인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노그리드는 즉각 반발했다. 이노그리드 측은 신청서 제출 당시 진행 중인 소송이 없어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노그리드 측은 과거 최대 주주인 박씨가 지난 2022년 4월 권리를 주장하며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 대해 "당사는 분쟁이 아니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지고 악의적 목적을 가진 일회성 내용증명이라는 객관적 판단에 따라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는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것과 같이 대형 로펌을 통해 본 건에 대해 법률 검토를 마쳤으며, 분쟁의 다툼 가능성이 적은 점과 당사에 미치는 법적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의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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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노그리드 경영진 상대 前대주주 고소 내사 종결…사실상 무혐의

최근 경찰에서 박씨가 이노그리드 경영진을 상대로 민원 내용과 유사한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입건전조사(내사)를 종결한 점도 재심사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지난 16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박씨가 지난 5월 김 대표 및 경영진을 상대로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로 내사 종결처리했다.

이에 대해 이노그리드 비상장주식 주주들은 "이렇게 되면 기업에 악감정 있던 관계자가 기업공개(IPO) 시점에 갑자기 경찰에 고소하면 언제든 상장 철회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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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번복할 증거·증언 제출…대응 방안 등 입장 준비 중"

거래소는 이번 재심사 결과에 대해 이노그리드 측에서 효력 불인정 의결을 번복할만한 걸 특별히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노그리드 측은 "번복할만한 증거나 증언 등을 제출했는데 (거래소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담은 입장문을 준비 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노그리드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결과 효력불인정에 대한 재심사를 신청해 결과를 받은 이상,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라 향후 1년 내로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

다만 이노그리드 측이 이번 재심 결과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는만큼, 일각에서는 이노그리드 측에서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노그리드가 거래소 규정에 따라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마친만큼, 이번 거래소의 재심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수단은 소송뿐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노그리드의 주장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상장 후 투자자 입장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상장 후 전 대주주가 고소했을 때 분쟁이 어디까지 갈지에 대해서 알 수 없고, 그럴 경우 주가가 빠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