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혜' 대형사만 누렸다…코스피 vs 코스닥 실적 '양극화'

삼성전자 등 상승 바탕으로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107.21%↑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 확산 안 돼 차별적 국면"…코스닥 이익은 감소

코스피 상장사(위)와 코스닥 상장사 상반기 실적(한국거래소 제공)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올해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회사들의 실적 양극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수혜를 입은 전기전자 업종 반등에 힘입어 코스피 상장회사 순이익은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들은 수출 수혜에서 비껴가며 악화한 실적을 기록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12월 결산법인(개별 709사, 연결 620사)의 상반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연결 기준으로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매출액은 1474조 4808억 원으로 4.55%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연결 102조 9903억 원으로 91.43% 대폭 증가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107.21% 늘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 비중이 9.9%에 달하는 삼성전자(005930)가 약진하면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성적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매출액 146조 9839억 원, 영업이익 17조 498억 원, 순이익 16조 596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18%, 1203%, 403% 상승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코스피 상장사 실적 상승 폭은 줄어든다. 이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3.26%, 6.72%, 79.08% 증가에 그친다. 업종으로 살펴봐도, 삼성전자 반등에 코스피 전체 업종 중 전기전자 부문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25조 3196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2629억 원) 대비 거의 100배 급증했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나빠졌다.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1281사 중 비교 가능 법인 1146사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44%, 8.93% 감소한 5조 4496억 원, 3조 8596억 원이었다.

매출은 같은 기간 3.92% 증가해 131조 8652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전년 대비 각각 0.15%포인트(p), 0.24%p 하락한 4.63%, 4.31%에 그쳐 코스닥 상장사의 수익성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흑자 기업 수는 1146곳 가운데 705곳(61.52%)으로 전년 동기 703곳(61.34%)보다 2곳이 더 늘었다. 적자 기업은 441곳으로 443곳에서 2곳이 더 줄었다. 코스닥 대비 기업 수는 더 적지만, 흑자 기업 수와 비율(16곳·2.58%포인트)이 더 가파르게 증가한 코스피와 비교하면 부진한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코스피 상장사들의 실적이 급반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상반기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가 코스피 시장의 대형사 위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수출 차별화의 수혜를 적게 받은 코스닥 실적이 부진한 것은 예상된 일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출에서는 반도체를 비롯한 특정 산업의 독주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관세청에 따르면 10개월 연속 증가했던 수출이 8월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 반도체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2.1% 증가하며 전체 상승을 주도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수출 증가율은 13.9%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반도체의 50.1%를 제외하면 나머지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7.5%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다"며 "지난 6월에는 전체 수출 증가율이 5.1%,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50.4%인데 반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합계 증가율은 오히려 -3.9%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이 아직 전산업으로 확산하지 못한 채 차별적인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내수 회복이 전제되지 못한 차별화된 성장은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