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온다고 했는데"…연이은 악재에 2차전지株 '휘청'

전기차 화재·수요 둔화 우려…배터리 업체, 가동률 저하 현실로
"당분간 주가 반등 어려워"…증권가, 목표가 줄줄이 하향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전기차 화재에 수요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2차전지주(株)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 증권가도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당분간 주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일 대비 0.97% 하락한 3653.1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가 1.99%, 코스닥 지수는 1.22% 오른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0.15% 내리며 33만 6500원을 기록했고, 삼성SDI(006400)도 0.93% 하락했다. 이외에 '에코프로 4형제'인 에코프로(086520)(-1.32%), 에코프로비엠(247540)(-2.10%),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0.41%), 에코프로머티리얼즈(450080)(-0.84%)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2차전지주 부진은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불안감이 작용했다. 앞서 인천 청라와 충남 금산 등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며 안전성 우려가 커졌다. 이에 일부 건물에서는 전기차 출입을 막기도 했다.

여기에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흥행 실패와 수요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었다. 1~6월 전기차 판매량 기준으로 역산한 2차전지 시장 성장률은 11%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고객사들의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9%)는 역성장했고,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도 주춤한 모습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2024년 2차전지 수요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25%)를 하회하며, 공급 과잉 국면으로 파악된다"며 "2025~2026년 저가형 전기차들 판매가 활성화될 때까지는 수요 성장 침체기에 머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2차전지 업체들은 난감한 모습이다. 공장 가동률마저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59.4%로, 지난해(69.3%)보다 10%포인트(p)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온도 평균 가동률이 87.7%에서 53.0%로 급감했다. 이러다 보니 SK온은 지난 2분기 영업 적자만 4601억 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업체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투자 의견 중립과 목표가 37만 원을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39만5000원까지 낮췄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이 목표가를 42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SDI 목표가도 유안타증권(003470)(42만5000원), NH투자증권(43만 원), 다올투자증권(030210)(44만 원), 삼성증권(46만 원), KB·신영·교보·SK증권(48만 원) 등 줄줄이 내렸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캐즘 이슈로 시작된 2024년, 한국 2차전지 업체는 상반기를 거치면서 수요 부진에 대한 영향권에 벗어나지 못한 채 부진한 실적 성적표와 함께 상당 폭의 주가 조정이 이뤄졌다"면서도 "전방 수요의 부진은 하반기에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글로벌 공급망상의 과잉 재고 이슈를 감안하면 섣부른 양극재 업체 주가에 대한 일부 시장 참가자들의 바닥론 주장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청라 전기차 화재로 조심스레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량 모델이 탑재한 배터리는 중국의 파라시스 테크놀로지의 삼원계 제품이다. 화재를 계기로 국내외 전기차 브랜드 17곳 배터리 제조사 공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산 배터리의 위험성이 알려진 만큼 국내 제조사들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배터리 업체가 일부 정리되고, 수요가 살아나면 주가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