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간 밸류업 계획 밝힌 상장사 고작 '0.5%'…"컨트롤타워 절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584개 중 14개 기업만 참여
"자본시장 밸류업, 국가적 차원의 일"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전체 상장사 중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고작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밸류업 정책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가 시작된 지난 5월 27일부터 전날까지 14개 기업만 공시에 참여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 조치 또는 기업 성장 계획을 밝히는 공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투자자의 자산 증식을 돕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참여율은 저조하다. 전날 기준 국내 양대 시장 상장사는 총 2584개(코스피 844개, 코스닥 1740개)다. 공시가 시작된 지 두 달 넘게 지났지만 2584개 기업 중 0.54%가량만 공시에 참여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향후 공시 일정을 안내하는 '예고 공시'와 실제 계획을 담은 '밸류업 계획 공시'로 나뉜다.
예고 공시를 낸 기업은 △KB금융지주(105560) △DB하이텍(000990) △HK이노엔(195940) △콜마비앤에이치(200130) △BNK금융지주(138930) △카카오뱅크(323410) △케이티앤지(033780) △컴투스(078340) 등 8개사다.
밸류업 계획 공시를 낸 기업은 △키움증권(039490) △에프앤가이드(064850) △콜마홀딩스(024720) △메리츠금융지주(138040) △우리금융지주(316140) △신한금융지주회사(055550) 등 6개사다.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이 벤치마크한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참여율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5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4개월 동안 대상 기업 중 13%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 상장사를 대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일본에서 4개월 동안 대상 기업 13%가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할 때 비슷한 정책을 시행한 국내에선 2개월 동안 0.5%도 안 되는 기업만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을 들인 것이다.
관련 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여러 차례 밸류업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고 상장사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기업밸류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로 승격했다. 금융투자협회도 자본시장밸류업TF를 꾸리고 호리모토 요시오(Yoshio Horimoto) 일본 금융청 국장을 초청해 세미나를 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앞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논평을 통해 "점진적인 개선이 아닌 획기적인 부양이 절실하다"며 "최근 정부와 여당 중심의 밸류업 추진 열기가 식고 심지어 밸류업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고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데 공감한다"며 "세제는 기재부, 상법은 법무부에서 담당하고 거래소랑 금투협도 역할이 나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을 밸류업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일"이라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만들어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처럼 밸류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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