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트럼프 총구'에 얼어붙은 서머랠리…외국인 '2.5조' 반도체주 팔았다

'트럼프 트레이드' 美 기술주 급락하자 반도체 주도의 코스피 흔들
삼전·하이닉스 판 外人, '트럼프 수혜주' 조선·방산·바이오 순매수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달 국내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월 초 2900선을 넘봤던 코스피는 2760선으로 7월을 마무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눈 충격적인 '암살 미수 사건'으로 미국 증시가 일찌감치 대선의 영향권에 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에 주도주 역할을 한 미국 기술주가 꺾이면서 국내 증시도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효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조 5000억 원어치 팔아치우고, 조선·방산·바이오주를 사들였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1~31일 0.97% 내린 2770.69에 장을 마쳤다. 6월부터 상승세를 탄 코스피는 지난달 11일 2891.35까지 오르며 '2900'을 목전에 뒀지만, 미국발 빅테크 쇼크와 정치 불확실성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5일에는 고점 대비 6.25% 내린 2710.65까지 찍었다.

미국의 빅테크 종목들은 7월 11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급락 반전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11일 5931.833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30일 4890.151까지 17.56% 급락했다. 암살 미수 사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며 반도체 관련 규제 불확실성이 커졌고, 반도체주를 뒷받침했던 인공지능(AI) 거품론까지 더해지며 투심이 위축된 영향이다.

미국발 악재에 KRX 반도체 지수는 12~31일 13.97% 내렸다.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종목들이 하락하자, 코스피는 같은 기간 4.17% 빠졌다.

꾸준히 한국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마음을 돌렸다. 코스피가 내리막길을 걷기 전인 지난달 1~11일,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3조 7660억 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급락이 시작되자 포지션을 '팔자'로 바꿨다. 지난달 12일부터 말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 2조 50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반도체 종목에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미국 기술주들이 급락했던 지난달 12~31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반도체주를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000660)는 1조 9724억 원, 삼성전자(005930)는 5276억 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 순매도액만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두 종목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거래액 상위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한 달 전인 6월 순매수 상위 2곳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들의 변심에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고도 속절없이 하락했다. 지난 한 달간 17.37% 떨어졌다. 실적 호조보다 미국 빅테크 급락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더 컸던 탓이다. 삼성전자는 주가가 8만 3900원까지 회복됐으나, 지난달 중순 기록한 8만 7000원 선까진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 반도체주를 팔고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주로 분류되는 조선, 방산, 건설, 헬스케어 종목 등을 사들였다. 지난달 12일~31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중공업(010140)(조선) 2914억 원 △우리금융지주(316140)(금융) 2482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바이오) 2242억 원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방산주) 1357억 △HD현대중공업(329180)(조선) 846억 원 △아모레퍼시픽(090430)(화장품주) 756억 원 등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8월 선호 업종으로 △조선 △방산 △화장품 △헬스케어 △인터넷·게임 등을 꼽으며 "금리 하락 민감도가 높은 업종, 반도체와 상관관계가 낮은 업종으로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