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稅혜택 보따리' 나왔다…'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힘 받나
주가상승 막는 대주주 세금 부담 줄여…금투세 폐지로 투자 유인
금감원 '부담완화' 공론화 힘 실어…밸류업株 오르며 기대 반영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걸림돌로 꼽혔던 각종 세제 부담을 걷어내겠다며 정부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세금 혜택 보따리가 풀리면서 그동안 잠시 주춤했던 '자본시장 밸류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담겼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법인세를 완화한다.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추진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나선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조치다. 정부는 자본시장 저평가가 이어지면서 기업 성장과 중산층 자산 증식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 5~6년간 주요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 시장은 2000포인트(p) 중반에서 머물렀다. 지난 2017년 말~올해 6월까지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04.2%, 니케이 지수는 73.9% 올랐지만, 코스피는 12.8% 오르는 데 그쳤다.
주가가 제자리 걸음인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특성상 '승계' 절차를 앞둔 기업이 많은데, 이 경우 기업 가치(주가)가 높아지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다음 세대에 기업을 물려줄 때 필요한 자금과 세금이 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상속분의 최대 60%까지 세금을 내도록 하는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밸류업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다.
주주환원 유인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세금 부담도 줄인다. 과거보다 5% 넘게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더 소각한 기업에게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직전 3개년 주주환원분 대비 5% 초과분에 대해선 법인세를 5% 세액공제한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도 배당 증가분에 대한 소득세 혜택을 받는다. 2000만 원 이하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를 14%에서 9%로 줄이고 초과분은 기존대로 종합과세하거나 25% 세율로 분리과세하도록 한다.
상반기 중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다시 추진, 국내 증시 투자 요인도 늘릴 방침이다. 그동안 금투세가 시행되면 이른바 '슈퍼개미'의 세금 부담 회피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해외 투자자들이 주로 문제삼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이사 책임 강화, 주주총회 내실화를 추진한다.
시장은 이번 발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불이 붙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각을 세우고 있어 설득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투자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투세 폐지 등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있다는 점을 들어 야권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부터 간담회 등 각종 통로를 활용해 자본시장 전문가나 재계 관계자, 학계, 일반 투자자까지 각종 의견 수렴과 공론화 장 마련에 힘써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완화, 금투세, 배당세와 같은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들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하고, 특정 이슈가 이념이나 정파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우리 모두가 탑승하고 있는 ‘대한민국 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사회적 총의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CEO들은 간담회에서 '금투세 원점 검토' 의견을 전했다.
시장의 관심도 밸류업에 쏠리는 모습이다. 정부 발표를 앞둔 전날부터 밸류업 대장 업종이라고 불리는 금융주 주가는 급등 중이다. KB금융지주(105560)은 전날 4.5% 오르며 8만 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이날도 장 중 6.85%까지 상승했다. 이외에도 오후 2시 15분 기준 신한금융지주회사(055550)(3.64%), 하나금융지주(086790)(2.70%), 메리츠금융지주(138040)(4.04%) 등이 오르고 있다. 전날 2770선까지 내렸던 코스피 주가도 2790선을 회복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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