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이어 이노그리드까지 'IPO 흑역사'…금감원 가이드라인 힘실리나

정보 누락으로 초유의 거래소 승인 취소…업계선 "우리도 피해자"
주관사 책임론 대두에 금감원 IPO 제도개선 탄력 받을 듯

(한국거래소 제공) /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한국거래소가 오는 7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전격 취소했다.

지난해 '파두 사태'에 이어 이노그리드의 기업공개(IPO)까지 엎어지면서 증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도개선 가이드라인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18일 이노그리드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승인결과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신청서에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최대주주 상호간 당사 발행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결정 등 관련 내용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노그리드 측이 경영권을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지는 않지만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해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에 관련 내용 기재를 요청했고, 6차 정정 신고서에야 뒤늦게 반영됐다. 이노그리드는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도 정보를 기재하지 않았고 자진철회 의사도 없어 거래소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부실공시 논란이 일었던 파두 사태 이후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수리 절차가 깐깐해졌음에도 또 다시 투자 위험 관련 주요 정보가 누락된 것이다.

당장 업계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을 호소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민원이 제기되기 전까지는 이와 관련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표 개인의 민사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숨기면 알 수가 없다"며 "증권사의 기업실사에도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상장사에서 정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다고 증권사에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거래소와 금감원에서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심사를 진행하는 만큼, 일차적으로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파두 사태에 더해 이노그리드에서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감원이 추진하는 IPO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IPO 주관사의 책임성·독립성 강화와 무리한 상장을 막기 위해 △수수료 구조 개선 △기업실사시 준수사항 규정화 및 법적 책임 강화 △핵심 투자판단 정보 기재 및 서식 표준화·간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감원은 올해 2분기·3분기 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기업실사 및 필수 실사 항목 규정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반발해왔으나,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부실 IPO를 막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제도개선 방안을 두고 증권사에게 책임을 너무 부과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그런 얘기는 하기 힘들어졌다"며 "책임을 부과하는 만큼 주관사가 발행사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을 크게 넓혀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향후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경영권 분쟁 등 잠재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예비상장기업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게이트키퍼인 주관사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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