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심은 '산유국의 꿈'…증시는 '초단타 광풍'

화성밸브, 회전율 500% 육박…손바뀜 5번 달해
美 전문가 이날 공식 기자회견…"관련주 수혜 연관성 등 검증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4.6.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한국이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테마주 회전율이 500%에 달하는 등 관련주에 투기 매수세가 쏠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지역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자 초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화성밸브(039610)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489.04%로 집계됐다. 화성밸브는 화학, 석유, 가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밸브류를 취급하는 회사다.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을 나타낸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투자자 간 손바뀜이 잦다는 뜻으로 단타(단기 트레이딩) 거래가 많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화성밸브 회전율이 500%에 육박한 것은 총 발행 주식 수 대비 5배에 달하는 주식 매매 체결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화성밸브는 하루 만에 5번 '사고 팔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화성밸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앞서 정부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에 이어 기초 탐사를 진행한 미국 지질학 전문가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한 영향이다. 미국 심해기술평가 전문업체인 액트지오(Act-Geo)의 아브레우 박사는 이날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5일 회전율 상위권에는 화성밸브를 포함해 석유주, 가스주, 탐사·시추·운반 관련주 등 '동해 유전 테마주'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한국ANKOR유전(152550)(회전율 상위 2위·231.02%) △하이스틸(071090)(3위·156.18%) △한국석유(004090)(4위·142.29%) △동양철관(008970)(5위·123.55%) △대동스틸(048470)(6위·100.14%) △휴스틸(005010)(8위·81.67%) △흥구석유(024060)(9위·79.21%) △웨이버스(336060)(10위·76.09%) 등이 회전율 상위 10개 종목 중 9개 종목이 관련 테마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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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도 폭증했다. 회전율 상위권에 위치한 대부분 종목이 삼성전자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한국ANKOR유전으로, 지난 5일 하루 동안 1억 6176만 주가 거래됐다. 동양철관(1억 4688만 주), 화성밸브(5091만 주), 휴스틸(4589만 주)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날 삼성전자의 일일 거래량은 2318만 주에 그쳤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연일 부각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추가적인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투자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가 상승세는 기업의 수혜 연관성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하다는 분석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 2035년 이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아직 탐사 초기 단계로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종화 LS증권(옛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성공 확률(20%)과 시추·생산 일정의 장기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개발·생산비에 따른 경제성(중동산 등 대비 가격 경쟁력)과 관련주의 수혜 연관성 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급등 수준은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관련 이슈의 확산·변이·발전 등에 따라 테마주 속성이 반복적으로 작용하며 주가 변동성이 남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 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한 3일 오후 2017년 3월 8일 천연가스가 발견된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 술 불의 정원에서 시민들이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지켜보고 있다. 2024.6.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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