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강자' 키움증권, '대체거래소' 대응 주문시스템 개발 나섰다

키움증권, 3월 TF조직…"자체 SOR 솔루션 개발 중"
'최선집행의무' 지키기 위해선 SOR솔루션 적용 필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모습.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내년 3월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039490)이 ATS의 핵심인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Smart Order Routing System) 개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하기로 한 23개 증권사 중 비용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나선 증권사는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3월 ATS 관련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자체적인 SOR솔루션 구축에 돌입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ATS 관련 TF 조직을 만들고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를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자체적인 SOR솔루션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SOR 솔루션은 증권사가 '최선집행의무'(증권사가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주문을 집행해야 하는 의무)를 자동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ATS에 참여하는 증권사라면 SOR솔루션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가격, 수수료 및 비용, 주문 규모 및 매매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 중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주문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선집행의무는 이미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거치면서 마련된 원칙이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KRX가 독점하는 단일 시장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된 적이 없다. 하지만 내년부터 국내 주식 시장이 '복수 거래소 체제'로 전환하면서 SOR솔루션은 증권사가 최선집행의무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증권사가 SOR솔루션을 적용하면, 테이커 주문(시장가나 이미 제출된 호가로 즉시 체결되는 주문)은 가격·수량·거래비용 등을 감안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에 제출된다. 메이커 주문(즉시 체결되지 않고 호가를 시장에 제출해 체결을 대기해야 하는 주문)은 호가 잔량과 호가 스프레드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체결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집행된다. 다만 투자자가 직접 시장을 선택할 경우 주문은 선택된 시장 내에서 이뤄진다.

SOR솔루션을 자체 개발할 여력이 없는 증권사는 넥스트레이드나 코스콤에 일정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들이 개발한 SOR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다. SOR솔루션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부 증권사들이 넥스트레이드에 SOR솔루션 개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030490), 한화투자증권(003530), 미래에셋증권(006800) 등은 외부 전문 업체에 개발을 위탁하거나 코스콤이나 넥스트레이드에 이용료를 지불하고 SOR솔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SOR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면 단기적으로 큰 비용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번 SOR솔루션에 대한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이 크고 개인 고객 점유율이 높은 증권사로 SOR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 거래 시간이 연장되면서 개인투자자가 ATS의 주요 거래 고객이 될 전망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정규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 8시)을 추가로 운영한다. 넥스트레이드는 2022년 11월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증권사, 증권유관기관, 정보기술(IT) 기업 등 34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관이나 외국인은 주로 업무 시간에 투자하므로, 연장된 주식 거래 시간에는 기관과 외국인보다 개인의 거래가 더 늘어나고 개인 거래 점유율이 제일 높은 키움증권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oo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