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8%까지 낮춘 ETF 수수료…삼성운용 vs 미래운용 '치킨게임'

삼성운용, ETF 4종 수수료 0.0099% 낮추자 미래운용 0.0098%로 맞대응
업계선 우려의 목소리…재원 여력 부족한 중소형사 타격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두고 시장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수수료 경쟁에 나서면서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를 낮추더라도 고객을 유치해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싸워도 좋은 상품과 수익률로 경쟁해야 하는데 수수료를 낮추면 '다 같이 죽자'는 소리라는 평이다. 당장 투자 재원이 부족한 중소형사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10일부터 연 0.05%에서 0.0098%로 인하한다고 9일 밝혔다. 이는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최저 수준이다.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는 국내 최초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다. 주식형 ETF와 달리 기대 수익의 변동성이 낮아 보수 등 기타 비용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보수를 낮춰 투자자에게 보상하겠다는 것이 미래운용의 주장이다.

정승호 미래에셋운용 FICC ETF운용본부 팀장은 "금리형 ETF 특성상 보수 등 기타 비용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국내 최저 수준으로 인하되며 투자자들의 편익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쏘아 올린 수수료 인하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했다. 앞서 삼성운용은 KODEX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총보수를 19일부터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한 바 있다. 1억 원 투자 시 1만 원이 채 안 되는 보수를 부담하는 셈이다.

이번에 낮춘 미래에셋운용 ETF 수수료는 0.0098%로, 삼성운용의 미국 대표지수 ETF 4종보다 0.0001% 낮다. 최저 수수료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은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지난 8일 기준 삼성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9.16%이고, 미래운용은 36.50%다. 격차가 2.66%포인트(p)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당장 우려의 시선을 내비쳤다. 수수료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ETF 취지가 리서치를 통해 좋은 상품 만들고, 운용 잘해서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보수를 낮추면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다. 상품의 질도 떨어져 악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특히 재원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크다. 상품 출시 경쟁에서 대형사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의 수수료 치킨게임은 중장기적으로 시장과 업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른 운용사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형사의 횡포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미래운용 관계자는 "1년물 CD ETF는 대형사 2곳만 가지고 있어 중소형 운용사와는 경쟁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