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파두 사태' 막는다…실사 책임자 공시하고 제재 근거 마련

가치 산정 기준·절차 마련 의무화해 '공모가 고평가' 방지
수수료 구조 개선해 IPO 강행 막아…중요 투자위험 공시 의무화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해 팹리스 유니콘 기업으로 불리며 조(兆) 단위 시가총액으로 상장한 파두. 하지만 주가는 상장 3개월 만에 30% 급락했다. 실적 쇼크 때문이었다. 1분기 177억 원이던 매출은 2분기 590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파두의 주관사는 회사의 매출 급감을 인지했음에도 증권신고서 기재를 누락했다. 파두의 주가는 현재 반토막이 났다.

#같은 해 국내 와인 수입·유통사 중 처음으로 상장에 나섰던 나라셀라. 주관사는 희망 공모가격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군에 글로벌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포함하고 국내 대형 음료 제조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했다. 당시 부적절한 피어그룹 산정으로 비판을 받았던 이 기업의 주가는 현재 4분의 1토막인 5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 제도를 개선한다고 9일 밝혔다. 주관사가 기업 실사를 할 때 실사 책임자를 공시하고, 부실하게 기업 실사를 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공모가가 과도하게 산정되지 않도록 내부 기준 마련도 의무화한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IPO 주관업무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주관사가 그간 IPO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최근 중요 위험요인 기재누락, 공모가 고평가 등 일련의 논란으로 주관사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보는 신뢰 회복을 위해선 △주관사의 독립성 제고 △기업실사의 책임성 강화 △공모가 산정의 합리성 제고 △충실한 공시 △내부통제 강화 등 주관업무의 합리성과 공정성 제고와 사후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감원은 IPO 주관업무 단계별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주관계약 체결 단계에선 주관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수수료 구조를 개선한다. 현재는 대표주관계약 해지 시 주관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는 것이 영업 관행이다. 이 때문에 주관사는 발행사의 부당한 요구에 흔들리며 상장 적격성이 낮은 경우에도 IPO를 강행하게 되는 구조다.

앞으로는 대표주관계약 해지 시 해지 시점까지의 주관회사 업무에 대한 대가 수취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한다. 인수·주관·성과 등 수수료 구성과 지급 조건 등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대표주관계약 해지 시 해지 시점까지의 주관 회사 업무에 대한 대가 수취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한다.

기업실사 시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강화한다. 앞서 구체적인 실사업무 수행에 관한 내용이 없어, 형식적이고 부실한 기업실사로 인해 위험 요인 파악에 실패하고 중요 투자위험을 공시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앞으로는 기업실사 항목, 방법, 검증 절차 등 준수사항을 의무화하고, 실사 책임자인 주관사 임원이 실사 계획·진행 경과를 확인하고 최종 실사결과보고서를 검토하여 승인하도록 의무화한다. 실사 책임자는 공시된다. 또한 규정에 따라 실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제재하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 기준 마련도 의무화한다. 지금은 인수업무규정에 공모가 결정절차(수요예측 방법)에 관한 규정만 존재해 과도한 추정치 사용, 부적절한 비교기업 선정, 평가의 일관성 결여가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주요 평가요소 적용 기준과 내부 검증 절차를 자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고 예외 적용 시 내부 승인 및 문서화 절차를 의무화한다. 금융투자협회는 가이드라인으로 내부 기준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거래소 심사에서 발견된 중요 투자위험 등 핵심 투자판단정보의 기재를 의무화하고, 기업실사 및 주관·인수 수수료 등 공시서식을 표준화한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위한 필수 항목을 인수업무규정에 구체화하여 체계적인 주관업무 수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2분기 중 협회 규정인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한다. 금융위 소관인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이 필요한 부실 실사 제재 근거 마련 등 과제에 대해서는 3분기 중 완료할 계획이다. 향후 4분기에는 제도개선 사항이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주요 주관사 업무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선다.

또한 IPO 시장의 주요 개선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수요예측 제도에 대해서도 하반기 중 개선 방안을 검토, IPO 시장 제도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