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밑에 지하실"…역대급 엔화 약세, 韓 경제 영향은[슈퍼엔저]①

달러·엔 155엔 돌파 후 34년 만에 160.03엔까지 치솟아
수출경합도 높은 韓日…수출기업 피해·증시 자금 이탈 등 우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달러·엔 환율이 34년 만에 160엔까지 치솟았다. 기록적인 '슈퍼엔저'가 국내 경제에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 증시가 '쇼와의 날'로 휴장한 지난 29일 오전 한때 달러당 160.03엔까지 올랐다. 달러·엔 환율이 장중 160엔을 넘은 건 버블경제 시기인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이후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에 엔화 급락세는 진정됐다. 달러·엔 환율은 154엔대까지 후퇴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엔화가치 급락 방어를 위해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달러인덱스도 전일 대비 0.4%나 하락했으나 엔화를 제외한 다른 통화변동성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 정부의 개입 움직임에도 30일 기준 달러·엔 환율은 다시 올라 156엔대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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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 흐름에 달러·원 환율부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강달러 추세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며 달러·원 환율도 14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30일 전일 대비 5.0원 오른 1382.0원에 마감했다. 달러 ·원 환율은 오는 5월 미국 FOMC를 앞두고 하락 출발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며 4거래일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슈퍼엔저가 장기화되면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경합 중인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69.2로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한국·미국 68.5 △한국·독일 60.3 △한국·중국 56.0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 상승률이 1%포인트(p) 오르면 우리나라 수출가격은 0.41%p, 수출물량은 0.20%p 하락한다.

역대급 엔저에 향후 엔화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 '환차익' 기대감에 일본 증시로 자금 이탈도 가속화됐다.

실제로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의 일본 주식 거래대금은 엔저 현상이 이어진 지난해 1월 1억 3008만 달러(약 1796억 원)에서 지난달 7억 5664만 달러(약 1조 449억 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현재 경기 여건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엔화 약세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한 이상 당분간 엔화의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