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멀티 레이블' 위험성 드러낸 '민쏘공'…하이브 시총 1조 하늘로
소속감 약한 멀티 레이블…내부갈등에 이탈 시도까지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하이브(352820)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 논란 여파가 지속 확산 중이다.
민 대표를 상대로 한 감사권 발동 소식과 민 대표의 기자회견을 거치며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하나의 문제로 겨우 1주일 만에 1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민 대표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구조적 성장을 가져온 '멀티 레이블' 체제의 리스크를 극명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싱글 레이블→멀티 레이블'로 체질 개선한 엔터업계
과거 국내 엔터사들은 이수만(SM)·박진영(JYP)·양현석(YG)이라는 한 개인이 소속 아티스트를 총괄하는 '싱글 레이블' 시스템을 통해 기획사 단위로 개성을 드러내며 성장해왔다.
이후 K-팝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빠른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국내 엔터사들은 JYP·하이브를 필두로 속속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했다.
지난 2018년 JYP는 한 회사 안에 여러 본부를 두고 각각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본부제'를 도입했다. 하이브는 아예 본사를 플랫폼으로 삼고, 인수합병한 중소기획사들을 자회사(레이블)로 거느리는 체제를 만들었다. SM도 지난해 2분기부터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도입했다.
멀티 레이블은 각 레이블에 더 많은 자율권이 부여된다. 그만큼 각 레이블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대중의 취향을 다양하게 만족시키고 엔터사의 지식재산권(IP) 확장을 가속화하며 엔터사 성장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IP의 동시다발적 활동과 높은 가동률 확보를 통해 수익 기여 시점도 앞당겼다"며 "과거 BTS의 손익분기 시점은 4년 이상이었지만, 뉴진스는 이를 두 달 만에 달성했다"
◇증권가 "민희진 사태, 멀티 레이블 '인적 리스크' 확장 단점 드러내"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인적 리스크' 확장이라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명확한 단점을 드러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엔터사의 인적 리스크가 스타들의 사건 및 사고 소식, 기획사 아티스트간의 재계약 불발 등에 국한됐었다면, 이제부터는 기획사와 프로듀서, 프로듀서 간 마찰도 고려해야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 대표가 IP 콘텐츠 유사성을 지적하며 멀티 레이블의 확장성과 존재가치도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고 있다"며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의 카피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언급하며 "(아일릿에 왜 문제제기를 했냐면) 제작 포뮬러 자체를 너무 모방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아일릿의 비주얼 디렉터를 맡고 있는 허세련씨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중 자신의 SNS에 손가락 욕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반발하기도 했다.
같은 하이브 산하임에도 소속감이 옅은 만큼 같은 '식구'가 아닌 '경쟁 상대'로 여기는 모양새다.
◇멀티 레이블 통제 위해…민희진 '일벌백계' 선택한 하이브
이번 사태를 공론화한 하이브의 대응은 멀티 레이블 체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일벌백계'로 보인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 측 변호사는 "올해 초부터 주주간계약 갱신을 위해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 대표는 해당 계약에 대해 "저한테는 계약이 올무"라며 "제가 영원히 노예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농담, 사담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26일 "여러 달에 걸쳐 동일한 목적 하에 논의가 진행되어 온 기록이 대화록, 업무일지에 남아 있다"며 "대화를 나눈 상대인 부대표는 공인회계사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하이브의 상장 업무와 다수의 M&A를 진행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주주간계약에 대해서도 "영원히 묶어놨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계약 갱신을 추진하며, 어도어 경영진과 풋옵션 등을 활용한 '어도어 탈취 계획'까지 논의한 민 대표 문제를 명확히 해결해야 다른 레이블을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현재까지 공개된 대화만으로는 배임 적용은 쉽지 않아"
다만 법조계에서는 하이브가 배임 혐의로 민 대표 등을 고발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배임 혐의가 적용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전중혁 변호사(법무법인 한원)는 "실제 배임의 실행에 착수를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민희진 대표의 주장처럼 카톡방에서 '독립할까'하고 이야기한 정도로는 예비에 불과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하이브가 (배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서를) 추가로 갖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ri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