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슬라' 올들어 42% 추락…韓 2차전지주 시총 52조 공중분해
2차전지주 "테슬라, 韓 소재 기업과 협력" vs "빠른 수요 회복 어려워"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테슬라가 1분기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하락세를 겪던 국내 2차전지 관련주에도 오랜만에 볕이 드는 모양새다. 다만 증권가에서도 이번 반등이 최근 하락세인 2차전지 투심 회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국내 주요 2차전지주 지수인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전일 대비 179.22(4.02%) 상승한 4642.11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국내 2차전지 업종의 주가는 지속 약세를 보여왔다.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연초 5376.78에서 지난 17일 4272.08까지 약 26%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도 약 52조 4500억 원 감소했다.
이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산업의 업황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의 주가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연초 대비 41.76% 하락하면서 국내 2차전지 업종 역시 전반적으로 주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나타난 2차전지주의 강세는 간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실적발표의 영향이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어닝쇼크'를 기록했으나, 향후 계획 발표에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3.33% 상승하며 163.96달러까지 급등했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213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순이익도 같은 기간 55% 감소한 11억 3000만 달러에 그쳤다. 매출과 순이익은 물론 주당순이익(EPS)도 45센트에 그쳐 시장전망치(51센트)를 하회했다.
그러나 테슬라 측은 오는 2025년 '모델2'로 알려진 저가형 신차를 출시하고, 완전한 자율주행(FSD)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완전한 FSD에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우리에게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측은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딥러닝을 위해 엔비디아의 H100을 8만 5000개 확보하는 등 인공지능(AI)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지난 1분기 18~20% 증가한 4680 배터리의 생산량이 지속 증가할 거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같은 테슬라의 '비전' 제시와 주가 반등에 대해 증권가에서도 국내 2차전지 업종의 호재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테슬라가 1분기 실적 급감에도 저가용 신차 출시 계획 발표 등으로 시간외 주가가 10%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이차전지 등 전기차 밸류체인 관련주들의 투자심리가 호전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오는 2025년 전기차(EV) 생산 가능 규모 300만 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가이던스를 감안할 때, 4680 전지의 100% 내재화는 불가능하다"며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 기존 공급자들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테슬라와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과 공급계약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테슬라의 향후 배터리 양산규모에 맞춘 국내 소재기업들과의 협력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유럽의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의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 상승에 부담이 될 거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날 테슬라가 공개한 신차출시 계획도 빨라야 오는 2025년 초는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SD 관련 매출 확대도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재고 조정을 위한 감산 영향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 배터리 셀, 소재 수요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1분기 국내 이차전지 업종 실적이 삼성SDI(006400), 포스코퓨처엠(003670), 나노신소재(121600) 정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하반기 전기차 수요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한다면 연간 실적 추정치의 추가적인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돼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려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신차들의 출시,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해당 요건들이 빠른 시일 내에 충족되기는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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