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먹고 갑니다"…외국인, Buy 아닌 Bye코리아[돌아온 킹달러]②

원화가치 하락에 외국인 차익실현 나서
밸류업 기대감 유효…추가 매도 제한적 분석도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6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32분쯤 1400.0원까지 올랐으나 상승폭을 줄였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코스피 지수가 다시 70일 전으로 회귀했다. 그동안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돌아서면서 2600선을 내줬다.

외국인 변심은 중동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인한 달러·원 환율이 상승 탓이 크다. 통상 환율 상승은 주식시장 악재로 인식된다.

앞으로 관건은 외국인이 순매도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원화 약세를 부추겨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길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25.45포인트(p)(0.98%) 하락한 2584.18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600선을 내준 건 지난 2월 6일 이후 약 70일 만이다.

지수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탓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6일과 17일 코스피 시장에서 5031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1조 4959억 원을 팔았다.

환율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까지 올랐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이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17일에는 1386.8원으로 마감했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통상적으로 '고환율=주식시장 악재'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웃돌았던 때 IMF,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연준 금리 인상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소위 랜드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베팅한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과 코스피는 정확히 반대 관계다. 2000년 이후 달러·원 환율과 코스피 상승률 간 상관계수는 -0.8 이상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는 달러·원 환율이 높아지면 환 손실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 주식을 계속 보유할 동기가 약해진다.

달러 환산 코스피로 본 외국인 손실 변곡점은 2530p 내외다. 올해 19조 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2530p 이상에서는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 자체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이라며 "외국인 순매도가 환율을 상승시키고 높아진 환율이 다시 외국인 순매도를 부르는 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 1400원이 의미하는 상징적 레벨을 고려하면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4월은 외국인들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있는 만큼 수급상 달러·원 환율 상승 요인이 남아있다.

매년 4월은 국내 기업들의 결산 배당금이 집중되는 시기로, 연간 배당 지급의 약 60~70%가 이 기간에 몰려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의하면 4월 외국인 배당금 지급 규모는 62억 달러(8조 5932억 원)에 달한다.

다만 '환율 상승 = 외국인 순매도'의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연초 이후 달러·원 환율은 약 7.5% 상승했지만,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9조 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외국인의 한국 증시 편식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및 이익 모멘텀이 소멸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실장 역시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하면서 환율이 올랐다"면서도 "밸류업 기대감이 남아있는 만큼 추가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