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무겁던 그 종목 맞나"…금융·車, 미운오리→백조로[1Q 증시 결산]③

밸류업 도입에 저PBR 종목으로 주목…1분기 급등에 줄줄이 52주 신고가
반도체 등 타섹터에 밀려도 증권가 "비중확대"…주주환원 확대 기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신축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2024.3.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올해 1분기 국내 증시의 상승 랠리를 선봉에서 이끈 섹터는 금융과 자동차였다.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도입 기대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이 주목받으며 미운 오리 새끼로 불렸던 이들 종목은 백조로 탈바꿈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KRX300 금융 지수는 올해 1분기 16.92% 올라 KRX 반도체(17.43%)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등을 포함한 KRX 자동차 지수도 5.88% 올라 1분기 코스피 상승률(3.44%)을 상회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식화한 다음 날인 1월 18일부터 3월 말로 기간을 한정하면 KRX 30 금융 지수는 21.23% 급등했다. KRX 은행·보험·증권 지수는 각각 23.00%, 22.79%, 18.04% 올랐다. KRX 자동차 지수도 18.06%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2.76%)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금융과 자동차 관련 지수는 3월 들어 반도체와 헬스케어 섹터가 급등하며 순위가 일부 밀렸으나, 2월 말까진 상승률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38.24%) 하나금융지주(086790)(32.95%) 키움증권(039490)(22.31%) 롯데손해보험(000400)(33.68%) 현대차(005380)(14.50%) 기아(000270)(10.20%) 등 개별 종목 상승 폭으로 따져봐도 타 종목 대비 1분기 상승세가 뚜렷했다.

금융·자동차주는 그동안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난 종목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PBR이 1에 미치지 못하는데, 이러한 저평가 기업 위주로 주주환원 확대와 주가 상승이 이어지리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종목이 급등하며 올해 1분기 들어 52주 신고가를 줄줄이 경신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KB금융지주(7만 8600원·3월 14일) 하나금융지주(6만 5200원·3월 메리츠금융지주(8만 8300원·3월 15일) 미래에셋증권(9200원·2월 23일) NH투자증권(1만 3100원·3월 14일) 현대차(26만 1000원·2월 13일) 기아(13만 1700원·3월 11일) 등이 일제히 1분기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등 다른 섹터에 상승률이 밀리곤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발표 이후 금융업종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현재 한국 4대 시중은행의 PBR 수준은 0.41배로 상승 모멘텀이 존재한다"며 "금리 하락에 따른 비은행 이익 증가로 안정적인 자기자본이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점진적 주주환원 성향 확대에 따라 충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파격적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했다"며 "자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해 정부의 증시 활성화 노력에 힘입은 증권업종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보험 섹터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지속해 가져갈 것으로 기대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금리인하와 자동차 업황의 반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동화 공장 가동 등에 대응해 자동차 섹터 비중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주주환원정책 강화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도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