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올라탄 행동주의 펀드…관건은 '주주 눈높이'[1Q 증시결산]⑥

행동주의 펀드, 과도한 주주환원 요구하면 소액주주도 외면
'절반의 승리' 거둔 사례도…KT&G·JB금융 주주제안 이사 선임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주식회사의 영원한 숙제는 '주주가치 제고'다. 기업이 돈을 벌고도 주주 환원에 인색하거나 주가 부양에 관심이 없으면 주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 지점을 노린다. 적극적 주주권리 행사로 투자한 기업의 경영 행태 개선을 요구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는 주주총회가 몰려있는 '3월 주총 시즌'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에서 유달리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눈에 띄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해서다.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등 지분 1.46%를 보유한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연합)은 지난 2월 삼성물산(028260)에 사측이 제시한 배당안보다 75% 이상 많은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안을 결의하라고 요구했다. 또 자사주 소각 대신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장내 매입도 요구했다.

금호석유화학(011780) 역시 국내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가 박철완 전 상무와 손잡고 자사주 100% 소각,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막상 결과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삼성물산과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안한 안건들은 국민연금은 물론, 소액주주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 모두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안이 경영 현실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국내에서 과거 엘리엇, 소버린 등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행태를 두고 '먹튀' 논란이 있던 만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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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기업 가치 제고 노력 및 건전한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 확대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KT&G(033780), JB금융지주(175330) 등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가 제기돼 온 기업의 경우, 주주제안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곳도 나왔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라도 주주들의 눈높이에 맞는다면 충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지난 28일 KT&G 주총에서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처음으로 선임됐다. 그간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가 '셀프 자사주 기부'로 이사회를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손실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FCP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고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JB금융지주 정기 주총 표 대결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이사회에 주주제안 후보 2명이 사외 이사로 선임됐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주주가 주총에 직접적으로 안건을 상정해 표 대결을 거친 뒤 이사가 선임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선임 성공은 소유분산 기업들의 경영진이 철옹성과 같이 임원추천권을 독점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상징한다"며 "운영의 투명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