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끌어올린 정치테마주 '회장님'만 배불린다…'대주주 먹튀' 주의보

'테마주 지목 후 급상승, 대주주 지분 매각 후 급락' 공식처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정치 테마주 열풍에 편승해 주가가 오른 상장사의 대주주 지분 정리에 개미 투자자들이 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테마주로 지목되면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지만 결국 '회장님'만 웃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화천기계(010660)는 전일 대비 2080원(23.69%) 내린 6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화천기계 공시 내용(금융감독원 제공) /뉴스1

◇화천기계 '회장님 3형제' 전량 매도에 급락…'70억 원 현금화'

화천기계는 대표적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테마주로 여겨진다. 지난 20일 조 대표가 당선권으로 여겨지는 비례 2번으로 추천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13%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화천기계와 조 대표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 조국 테마주로 묶인 이유는 지난 2021년까지 회사 감사를 맡았던 남광씨가 조 전 장관의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과거 SNS를 통해 "저와 제 가족은 '화천기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라며 "주식 투자자들은 유념하십시오"라는 글을 통해 화천기계 측과의 관계성을 부인한 바 있다.

화천기계도 지난 19일 거래소의 현저한 시황 변동에 대한 거래소의 조회공시요구에 "최근 당사 주식이 특정 정치인의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과거 및 현재 당사의 사업 내용과 관련이 없다"고 공시했다.

조국 테마주로 지목되며 올해 들어 주가가 70.48% 상승한 화천기계의 이날 주가 폭락은 기존 대주주였던 권영열 회장 3형제의 보유지분 전량 매도 소식 때문이다.

화천기계는 지난 26일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했다. 권 회장은 지난 19일과 20일 보유하고 있던 50만 8540주를 전부 장내매도했다. 화천기계 부회장 자리에 있는 동생 권영두·권영호 씨도 20일과 21일에 각각 보유 중인 31만 3690주, 5만 4130주 전량을 장내매도로 처분했다.

권 씨 형제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7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주주 일가의 보유 지분 전량 매도로 화천기공과 서암기계공업이 화천기계의 최대주주로 변경됐다.

이날 또 다른 조국 테마주로 꼽히는 대영포장(014160)의 주가도 장중 6.25%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인천 남동구에서 열린 인천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동훈 테마주' 대상그룹 관련주도 오너 일가 매각 후 50% 이상↓

최근 '테마주 지목 후 급상승, 대주주 지분 매각 후 급락'은 거의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변동성이 큰 정치테마주의 경우, 개미가 몰린 이후 이뤄지는 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고점 신호'로 여겨져 급락하는 사례가 많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고등학교 동창 이정재와의 연관됐다는 이유로 한동훈 테마주로 지목된 대상그룹도 마찬가지다.

이정재의 연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의 아버지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대상그룹 관련주들의 주가가 고점에 올랐던 지난해 12월 대상홀딩스우(084695) 2만 8688주를 주당 4만 6515원에, 대상우(001685) 4만 3032주를 주당 1만 9147원에 장내 매도했다.

7000원선에서 주가가 횡보하던 대상홀딩스우가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6배로 치솟자 임 명예회장은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경영권에도 영향없는 우선주에 대해 과감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임 명예회장은 우선주 전량 매도로 21억 5835만원을 현금화했으나, 올해 들어 대상홀딩스우의 주가는 연초 대비 53.42% 하락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는 실적이나 성장성을 기반으로 주가가 상승한 게 아니라 쏠림 현상 때문에 상승한다"며 "선거 등 이벤트가 끝나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제 투자 수익률이 절대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