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쌀 때 미리 사자"…17년 만에 日 금리 인상에 '엔테크 열풍'

엔화예금 98.6억 달러…엔화 ETF로도 자금 유입
올 들어 日 주식도 3780억 원 순매수…추가 매수 이어질 듯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일본 중앙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엔화에 투자하는 '엔트크 열풍'이 주목받고 있다.

엔화가 여전히 900원(100엔 기준)을 밑돌면서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다. 대표적으로 엔화예금과 엔화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일본 주식 등이 꼽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예금 합산 잔액은 2월 말 기준 1조 2130억 엔(약 10조 8165억 원)에 달한다. 1월 말(1조 1574억 엔)보다 555억 엔 넘게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엔화예금도 98억 6000만 달러(13조 2075억 원)로, 한 달 사이 4억 6000만 달러(6162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달러화예금이 25억 3000만 달러(3조3889억 원)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정반대 흐름이다.

투자자들이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엔화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엔화예금은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원화로 산 후 엔화 가치가 오르면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엔화예금은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강세 전환 기대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화예금은 사고팔 때 수수료가 붙지 않는 외화통장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이 대표적이다. 외화를 원화로 되팔 때 보통 1%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다른 은행과 달리 재환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자도 없지만,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실제 토스뱅크의 올해 전체 외환거래 중 40%가 엔화 투자다. 엔화를 사고판 전체 환전 규모만 1조 6194억 원에 달한다.

다른 은행들도 엔테크 고객을 잡기 위한 서비스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트래블로그'를 통해, 신한은행은 '쏠(SOL) 트레블' 체크카드를 통해 환전 수수료와 해외결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해외이용 특화 상품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환전 수수료 무료와 추가 혜택을 담은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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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의 엔화 상품에도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상장지수펀드(ETF)는 상장된 지 일주일 만에 개인순매수액이 100억 원을 돌파했다.

KB자산운용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 ETF도 올해 들어 700억 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환율변동에 노출돼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 담당은 "그동안 엔화가 저점을 기록하고 있던 것은 일본 정부의 금리 정책과 연관이 있었다"며 "마이너스 금리가 정상화되고 미국 등 타 국가 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엔화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도 적지 않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대부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일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 중인 일본 주식 규모는 지난 15일 기준 5조 4000억 원 수준이다. 1년 전(3조 8225억 원)보다 1조 5000억 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일학개미는 올해 들어 3780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3억 원을 내다 판 것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2872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업계에서는 아직도 엔화가 저평가돼 있어 당분간 엔화 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화는 역사적 최저점 수준"이라며 "엔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상품에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은 1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단기 금리는 마이너스(-) 0.1%에서 0~0.1% 수준으로 인상돼 8년간 이어져 왔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