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반만에 삼성전자 시총 추월한 토요타…日증시 이끈 '사무라이7'

[버블 극복한 日 증시]③밸류업 프로그램+엔저 효과에 '신고가'
추가 상승도 기대…BoA "니케이225, 연말에 4만1000선 될 것"

한 방문객이 일본 니케이 증시 시세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4.02.2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일본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일본 1등 주식인 토요타자동차는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50조 엔을 돌파해 7년 반 만에 삼성전자를 앞섰다. 아시아에서 대만 TSMC에 이어 시총 2위다.

소니와 미쓰비시, NTT, 도쿄일렉트론 등 다른 일본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다.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와 디지털 전환 실패로 뒤처지며 만년 저평가돼 있던 일본 기업들의 재평가가 시작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니케이225 지수(22일 기준)는 연초 이후 17.4%, 지난해 이후로는 52%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 상승에는 엔화 약세로 인한 해외자본 유입과 탄탄한 기업들의 실적이 있었다. 특히 '사무라이7(Seven Samurai)'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사무라이7은 토요타자동차를 비롯해 미쓰비시, 어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스바루, 스크린홀딩스, 디스코 등 7개 기업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끄는 '매그니피센트7(M7)'을 본떠 선정했다.

일본 증시에서 평균 거래량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유동성이 높고, 2020년 이후 영업손실이나 순손실을 기록하지 않은 종목들이다. 지난 1년간 가장 실적이 좋으면서도 미래 성장잠재력까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사무라이7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니케이225 지수를 웃돈다.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인 토요타는 연초 2635엔에서 지난 22일 3521엔으로 33.6%나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스크린홀딩스는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이 69.9%에 달한다. 어드반테스트(53.6%), 도쿄일렉트론(52.4%), 디스코(50%), 미쓰비시상사(42.1%)도 주가가 40% 넘게 올랐다. 스바루 역시 9.8% 뛰었다.

한국 대표종목인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올해 들어 8.4% 하락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줄곧 침체 일로를 걸었던 일본 기업들의 반등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기업 가치 제고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아베 정부부터 기시다 정부까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진행해 왔다.

특히 일본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기업들의 명단을 매월 공개해 압박하고 있다.

이에 혼다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의 상한 규모로 2000억 엔으로 늘렸고, 산요도 배당 확대를 약속했다. 타치바나엘렉테크는 2025년까지 자사주 300만 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일본 상장 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인 9조6020억 엔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엔화 약세로 증시의 모멘텀이 재개되면서 일본 증시(니케이225 기준) 내 'PBR 1배 초과' 기업의 비중은 2022년 말 47.1%에서 올해 2월 62.2%로 급증했다. 도요타와 미쓰비시상사도 지난해 PBR이 1을 벗어났다.

추가 상승 여력 또한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적이 오르고 있다. 니케이가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업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상장사 총순이익이 전년보다 13% 늘어 3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주요 지수인 토픽스의 연말 전망치를 이전 2600에서 2800으로 약 8% 상향 조정하며 "장기적인 강세장"이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일본 기업의 자본 효율 개선 기대 등을 이유로 올해 말 니케이225지수의 평균 예상 범위를 3만8500에서 4만1000으로 높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기선행지수가 미약하지만 반등했고 대형 제조업 단칸지수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 중"이라며 "수출 둔화세도 일단락되고 반등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