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랠리' 이어지는데 삼전·하이닉스만 '잠잠'…왜?

21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 앞두고 韓 제외 글로벌 증시 랠리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훈풍에 세계 각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거나 경신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 대만 증시도 상승세다. 반면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정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오는 21일 예정된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엔비디아는 AI에 대한 낙관론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매 분기 예상 이상의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해 한 해 동안 주가가 460% 가까이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5700억 달러로 급성장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의 뒤를 이어 세계 3위로 성장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 '빅테크'들은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뉴욕 증시 강세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AI랠리도 전망되고 있다. AI 및 반도체 산업 발전 기대감 때문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지난 9일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S&P500 전망치를 52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도쿄의 한 건물에서 닛케이 증시 현황판이 보이는 가운데 건물 바깥 유리가 청소되고 있다. 2024.2.19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버블 경제' 수준 회복한 日니케이·TSMC 덕 사상 최고치 기록한 대만 가권지수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 증시도 대형 반도체주들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니케이225 지수는 지난 16일 3만8400선을 돌파해 1980년대 버블 경제 당시 역대 최고치(3만8915)에 근접했다.

일본 증시 역시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등 반도체 장비·제조 기업들이 글로벌 AI·반도체 랠리에 주가가 급상승하며 강세를 주도했다.

특히 시가총액이 16조4700억 엔(약 146조 원)에 달하는 도쿄일렉트론은 지난 1달 사이 주가가 21.53% 상승했다.

소진웅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4년 주요국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일본 증시의 업종별 상승률 1위는 반도체(+26%)"라며 "이와 같은 일본 반도체 업종의 가파른 상승 배경에는 작년부터 이어진 AI발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와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활 의지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증시도 마찬가지다. 대만 가권지수는 지난 15일 1만8644.57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전고점 1만8526.35를 넘었다. 이날 대만 증시도 반도체 기업인 TSMC의 주가가 7.89%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앞 2023.4.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일본·대만과 달리 韓 반도체 대장주는 종합 반도체 회사…직접적 수혜↓

올해 들어 미국은 물론 인근 국가들에서 AI·반도체 기대감을 바탕으로 랠리가 펼쳐지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비교적 잠잠한 상태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9일 각각 7만3700원, 15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6.71% 상승하는데 그쳤고, 삼성전자는 연초 대비 7.41% 하락했다.

파운드리(TSMC), 반도체 장비(도쿄 일렉트론) 등 일본·대만 기업들과 달리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종합 반도체 회사(IDM)인만큼, 직접적인 수혜가 나타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초 국내 증시에서는 글로벌 AI·반도체 훈풍이 중소형 반도체 장비·제조 업체 및 AI 관련 기업에서만 나타나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2023.3.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증권가 "글로벌 AI 성장, 결국 삼전·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으로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AI·반도체 성장세가 결국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7조 달러(약 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한국을 방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수년간 AI 반도체 수요는 공급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AI 반도체 공급 업체는 극히 제한돼 있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향후 AI 반도체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의 돌파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오픈 AI가 AI 반도체 공장 설립을 본격 추진한다면 AI에 최적화된 저전력 D램 생산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I 반도체 최종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삼성 파운드리, 인텔, AI 팹리스 및 디자인하우스 업체등과 협력 가능성이 상존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