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퇴설에 11% '뚝'…정치테마주 급락에 개미도 '깜놀'
尹·한동훈 갈등에 와이더플래닛·대상그룹주 등 테마주 하락세
"본질적 가치와 무관…불공정 거래 시비 사례 많아"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실의 갈등에 '정치 테마주'가 급락하자, 투자자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투자금을 다 날려버릴 위기다.
증권가에서는 단순히 화제성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플랫폼 서비스 기업 와이더플래닛(321820)은 전일 대비 1940원(11.66%) 하락한 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와이더플래닛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실적이나 기업 전망 때문이 아닌 한 위원장의 거취 때문이다. 와이더플래닛은 대표적인 '한동훈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이다.
이날 한 위원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퇴요구를 거절했다"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과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테마주 합리적 이유없이 정치인 학연·지연·혈연 엮어 주가 급등락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기업 관계자가 정치인과 연이 있다는 이유로 묶여 정치적 행보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다.
와이더플래닛은 한 위원장의 고등학교 동창인 배우 이정재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한 위원장과 서울 서초구 한 갈빗집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주식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7일 종가 기준 3715원이었던 와이더플래닛은 8일부터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21일까지 528.5% 폭등했다. 한때 2만985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급등락을 거듭했으며, 결국 이날 전고점 대비 50.75% 하락한 1만4700원에 마감했다.
와이더플래닛 외에도 대상홀딩스(084690), 대상홀딩스우(084695), 덕성우(004835), 디티앤씨알오(383930) 등이 '한동훈 테마주'로 꼽힌다.
대부분 흐름이 비슷하다. 대상그룹주는 임세령 대상 그룹 부회장이 한 장관과 친구인 이씨와 오랜 연인 관계라는 점 때문에 한동훈 테마주로 꼽혔다. 덕성은 이봉근 대표와 김원일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동문이고, 디티앤씨알오는 이성규 사외이사가 한 위원장과 서울대 법대와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동기라는 점 때문에 한동훈 테마주로 묶였다.
한동훈 테마주뿐만이 아니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현장을 방문하던 중 습격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동신건설(02950), 에이텍(045660) 등 이재명 테마주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역시 동신건설의 회사 위치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인 점, 신승영 에이텍 최대주주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창조경영 최고경영자(CEO) 포럼의 운영위원직이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을 뿐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치테마주는 유력정치인과 혈연·학연·지연으로 연관이 있거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의 주식들로 선거 국면에서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이상급등을 보이거나 불공정 거래 시비에 휘말리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치테마주, 시세조종 위험도…이복현 "정치 테마주 등 불공정거래 엄단"
또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테마주는 시세조종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시가 총액과 거래량이 적은 정치테마주 종목을 골라 허위 소문을 내고 시세를 조종한 투자자들을 처음으로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한 일도 있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19일부터 시행된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정치 테마주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예고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정치 테마주, 사기적 부정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되도록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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