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한 달…"시장 바꾸는 첫 단계" vs "불필요" 의견 대립

증시 유관기관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 관련 토론회'

삼프로TV 유튜브 갈무리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한 달가량 지속된 가운데.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조치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와 공매도 금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4개 기관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통해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 관련 토론회'를 진행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 제도 개선이 시장의 전반적인 기반까지 바꾸는 로드맵의 첫 단계가 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신뢰이며, 공매도를 비롯한 자본시장에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떠한 조치든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공매도를 기반으로 한 분야에서 크게 벌금을 문 사례가 있다"며 "기반이 잘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만 변화한다면 또다시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공매도 자체가 자본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기범 명지대 교수는 공매도 금지 조치 자체가 시행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 전 우리나라 대차·대주 시장이 수술받을 정도로 큰 문제가 있지 않았다고 본다"며 "공매도 규제가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을 수술대에 눕혀놓고 대수술하는 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의 모든 거래는 계약 양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민 교수는 "은행에서 나에게 5%까지의 돈을 빌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10%까지 빌려주면 기울어진 것이냐, 주식을 안 빌려주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냐"며 공매도 금지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시간 공매도 거래를 파악해 차단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주식시장부장은 "개인과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거래나 결제 구조에 있어 차이가 있어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주문받는 시점에 잔고 보관은행의 사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국내 주식시장은 2거래일 뒤 거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실시간으로 거래를 알 수 있는 건 투자자 당사자밖에 없고, 투자자 본인이 자체적으로 내부 관리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이런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가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를 실행하는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주문을 받는 거래 증권사는 해당 시스템을 검증하도록 한다"며 "이중 검증 프로세스를 갖춰야만 공매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런 방식의 노력이 이뤄진다면 무차입 공매도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돌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참석자 7명 중 최근 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인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며 "제가 참석하게 되면 기존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들러리를 서게 된다는 회원들의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