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메리츠證 "장수 CEO의 퇴진" …증권가 CEO '세대교체' 바람 불까

내년 3월까지 12곳 CEO 임기 만료…내부통제 등 이슈에 '변화' 무게
CEO 책임론에 금융위 제재·실적 부담 등 부담 산재…교체설 힘 얻어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업황 부진과 내부통제 문제로 신음하던 증권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주요 증권사의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세대교체를 시작한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수장들의 연임 여부에 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안정에 방점을 찍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상당수가 교체설에 휩싸인 상황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2곳의 CEO 13명의 임기가 올해 12월~내년 3월 사이 만료된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등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업계에서는 올해 증권사 CEO 인사 폭이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정'을 내세우며 유임론이 대세였지만, 올해는 업황 부진에 내부통제 부족으로 인한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차액결제거래(CFD) 발(發)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에 영풍제지 사건까지 주가조작 사태가 이어졌고, 직무정보를 활용한 부당이득 취득 의혹도 여러 차례 제기되며 CEO 책임론이 불거졌다. 올해 증권사 금융사고 발생 건수와 사고 금액은 각각 14건·66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에 금융당국도 감독 고삐를 조여오며 조직 쇄신 수준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이에 이미 사령탑 교체를 끝낸 증권사들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창업멤버인 최현만 회장은 지난달 퇴진했다. 김미섭·허선호·이정호 등 '50대 젊은 피'가 부회장단으로 승진하며 창업 26년 만의 첫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메리츠증권에선 업계 최장수 CEO로 불리던 최희문 부회장이 지주로 이동하며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맡았던 장원재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임기 만료를 앞둔 CEO 중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내달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하는 금융위원회 결정에 따라 거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가 문책 경고 이상 제재를 확정할 경우 연임이 불가능해지며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KB증권 지주사에 양종희 신임 회장이 취임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6연임 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정일문 사장은 앞서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기술탈취 의혹,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되며 리더십이 위기에 놓인 바 있다. 하지만 회사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6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연임 가능성도 높게 거론된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반면 일부 증권사 대표에겐 이번 실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하며 김상태 대표의 연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9.4% 줄어든 2312억원이었다. 지난 8월 라임·젠투 펀드에 대한 사적 화해 결정으로 충당부채 1200억원을 적립한 까닭이다.

한편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의 사임이 조만간 받아들여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황 사장은 앞서 영풍제지 대규모 미수금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키움증권 이사회는 지난 16일 관련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 당시 일부 이사들은 회사에 걸린 현안이 많아 황 사장이 당장 사임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