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는 빙산의 일각"…기술특례 상장사 63%가 공모가 밑돌아

기술 성장성 위주의 평가 한계, VC 투자받으면서 몸값 비싸게 책정
금융당국 IPO 위법소지 점검…풋백옵션 의무 강화 등 제도 개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파두(440110)의 '상장 사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파두와 유사한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관련 기업들은 부진한 주가 흐름으로 파두보다도 공모가 대비 큰 낙폭을 보이는 등 우려가 제기돼 금융당국도 대처에 나섰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올해 기술특례상장기업 27곳(스팩 합병 상장사 4곳 제외) 중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보이는 기업은 총 17곳으로, 전체의 6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매출 공백이 발생하며 급락한 파두가 대표적이다. 파두의 시가총액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6거래일 만에 7800억원가량 증발했다. 현재 파두 주가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42.19% 줄어든 1만7920원이다.

지난 5월4일 상장한 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도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현 주가는 7260원으로, 공모가(1만8000원) 대비 59.67% 하락했다. 뒤를 이어 시지트로닉스(429270)가 공모가(2만5000원) 대비 53.76%, 씨유박스(340810), 버넥트(438700) 등도 약 50% 낮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2005년부터 운영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최소 재무 요건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상장예비심사 신청일 기준으로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이 90억원 이상이라는 최소 재무 요건을 갖추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만 있는 제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파두도 상장 전부터 국내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으로 평가받으며 올해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됐다. 그러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매출액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파두의 3분기 매출액은 3억2100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98% 감소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의 경우 비상장 시절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으면서 몸값을 높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장 시에도 공모가가 비싸게 측정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은 초기에 운영자금이 필요해 비상장 시절 VC로부터 연속해서 투자를 받는다"며 "상장 시 기존 투자 가치 단가가 100%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결국 파두에 대해 '사기'란 비난까지 나오자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위법 소지가 발견될 경우 본격 조사에 착수, 상장 주관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의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에 나섰다. 거래소는 전날 상장 주관사의 풋백옵션(주식을 되사주는 옵션)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주관사들은 최근 3년 이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2년 안에 관리·투자환기 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다음 주선시 풋백옵션 의무가 확대되고, 의무인수주식 보호예수기간도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된다.

기술특례상장 유형도 체계화한다. 기술력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 트랙'을, 사업모델이 차별화된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도록 개편하고,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기술특례상장이 가능해진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술이 실제로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이번 기회에 기술특례상장기업을 평가할 때 향후 예상 매출 등 잠재 가능성을 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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