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슈퍼개미' 매도폭탄…공매도 이어 '주식양도세 완화' 논란

세금회피 매물에 "매년 개미만 죽는다" 곡소리…대주주 요건 완화 또 거론
금투세 걸고 '기준 유지' 합의했던 여야…세수펑크·부자감세 비판도 장애물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를 위한 선심성 카드로 공매도 전면 금지를 꺼내든 데 이어 연말이면 도마 위에 오르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매년 12월마다 '큰손'들이 던지는 세금 회피 매물로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이에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볼멘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총선 표심을 얻기 위해 1400만 개미 달래기 정책으로 대주주 요건 완화 추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억원 대주주 요건 피하자" 세금회피 매물로 증시 변동성↑…개미 '볼멘소리'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상장된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가지고 있거나 지분율이 특정 수준(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되며,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원 초과 시 25%)이 부과된다.

주식 양도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금액 기준은 지난 2000년 종목당 100억원으로 시작됐으나 2013년 50억원으로 하향된 뒤 2016년과 2018년에 25억원, 15억원으로 점차 낮아졌다. 2020년 10억원까지 내려간 기준은 현재도 유지 중이다. 지난해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정부 세제 개편안에 포함되긴 했지만,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기준은 유지하기로 한 상황이다.

과세 기준을 넘어설 우려가 있는 '슈퍼개미'들은 과세 기준이 되는 12월 말, 대주주 확정일 직전 주식을 대거 팔아 종목당 주식 보유액을 기준 밑으로 낮추곤 했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대주주 확정일(12월28일) 전날 개인이 1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 1조1331억원, 코스닥에서 4039억원이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출회될 세금 회피 매물이 지지부진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이른바 '박스피'라고 불리며 횡보해왔다. 지난 8월 2668.21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9~10월 두 달 동안 2273.97포인트까지 하락했다. 900포인트를 훌쩍 넘었던 코스닥 지수도 734.20포인트까지 떨어진 뒤 횡보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직후 반짝 상승이 있지만 다시 말짱 도루묵이 됐다.

◇세수펑크·부자감세 역풍 우려에 '개미 떠보기' 나선 與…시행령 개편 나설까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개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 결정 때처럼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관련 사안을 거론하며 '여론 떠보기'에 나섰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전 국민의 자산이 쑥쑥 커지기 위해선 적절한 영양제가 필요하다"며 "연말 매도 폭탄을 앞둔 현재 시급한 것이 주식양도세 기준 정상화"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드러내놓고 양도세 완화를 추진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최악의 '세수 펑크' 등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고 나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까닭이다. 거기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헤 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이들은 전체 투자자의 0.05%에 불과했다.

역풍 우려에 정부는 섣불리 나서진 못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주식 양도세 완화와 관련해 "야당과의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아직 방침이 결정된 건 전혀 없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기재부는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와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정부·여당이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제2의 공매도' 카드로 양도세 기준 완화안 발표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해왔던 공매도 금지 조치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의 드라이브를 바탕으로 급물살을 탔다"며 "양도세 완화안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주주 기준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 사안이라 국회 입법 절차 없이도 정부 자율로 개편할 수 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