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코리아' 끝?…'비둘기 파월' 날갯짓에 증시 반등 훈풍 부나

외인, 10월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서 3조3900억원어치 순매도
연준 금리 동결한 2일 국내 증시서 외인 순매수 전환…"호재에 반응할 것"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2023.1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코리아' 행진으로 국내 증시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3896억2100만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매도세로, 지난해 6월 6조원대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코스피 시장으로 좁혀보면 외국인은 지난달 2조9441억9900만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팔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였고, 뒤를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LG화학, SK이노베이션, 현대차, 포스코퓨처엠, 네이버, 두산로보틱스 순으로 컸다. 반도체, 이차전지(2차전지), 완성차, 플랫폼, 로봇 등 다양한 업종에서 하락했다.

외국인의 셀코리아 현상은 최근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의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1350원을 넘기고, 미국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5%를 돌파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물론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한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 출회, 기업 실적 우려로 인한 매도 등이 외국인의 탈출을 이끌었다.

계속된 셀코리아로 인해 하락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된 것도 악재였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힘 없이 밀리는 증시의 흐름은 악재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한 모습으로 보인다"며 "투자심리는 극단적 공포 국면에 진입한 듯하다"고 밝혔다.

다만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연준은 금리를 기존의 5.25%-5.50% 범위로 유지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이 끝났음을 암시했다. 국채수익률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스스로 긴축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파월 의장은 아직 금융여건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만큼 제한적이라고 확신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금리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 인상과 동결 사이에 어느 쪽으로 편향됐냐는 질문에 "더 인상해야 할지를 묻고 있다"고 답했고 금융시장은 동결로 기울었다고 해석했다.

결국 뉴욕증시와 국내 증시는 일제히 올랐다. 코스피는 1.81% 오른 2343.16에, 코스닥은 4.55% 오른 772.84에 마감했다. 코스닥의 경우 1년4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또한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14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코스닥에서도 2786억원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악재가 증시에 반영된 상황에서 발표될 경제지표 등을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악재만을 반영해 왔던 증시는 향후 호재에 민감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주 미국 GDP 성장률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인 데 이어 FOMC를 계기로 'Bad IS Good'(나쁜 지표는 좋게) 국면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미국 경기모멘텀 정점 통과 인식이 강해지는 데 이어 미국채 수급 불안 완화 가시화,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 불확실성 완화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투자심리 불안과 레버리지 투자의 후폭풍에 시달려 온 코스피 반등 시도도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