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꺾여도 "I am 신뢰예요"…테슬라에 2억불 풀베팅[서학망원경]

이달 해외주식 순매수 1위…1억8786만달러어치 사들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2023.9.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 약 6개월 만에 해외주식 순매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1~27일)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로, 1억8786만3495달러(255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테슬라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만 해도 연속으로 순매도세를 이어온 종목이었다. 이 기간 매도액은 67억6450만3199달러(9조1861억9534만달러)였다. 그러나 10월 들어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특히 테슬라는 서학개미들의 대표적인 '국민주' 자리도 탈환했다. 지난 1월(2억8161만달러) 이후 이달 순매수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5월부터 월간 해외주식 순매수 톱50에 올리지 못하던 이름도 다시 새겼다.

또한 테슬라 보관금액은 113억6089만9245달러(15조4281억원)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인 애플(48억1578만8011달러)과 3위 엔비디아(37억7423만9992달러)를 합쳐도 테슬라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서학개미의 선호 1순위 주식은 테슬라인 것이다.

테슬라가 다시 순매수 1위 종목으로 떠오른 것은 '급락한 주가'가 그 이유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9일 250.22달러였지만, 이달 들어 17.2% 하락하며 20.73달러까지 내려왔다.

테슬라의 주가 하락은 올해 3분기 어닝 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3분기 실적은 매출액 233억5000만달러, 영업이익 17억6000만달러, 순이익 1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지속된 차량판매가 인하 정책으로 인해 평균판매가격(ASP)가 하락하자 수익성이 감소한 것이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고, 내년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상황이란 점이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이끌었다. 실제 실적 발표 후 테슬라는 19일(현지시간) 주가가 9.3% 하락했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오히려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의 전망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외 악재는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고금리 및 전기차 시장 내 가격경쟁 심화로 ASP 반등은 단기간 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황은 어려울 수 있지만, 테슬라 자체에 대한 인기와 가능성 측면에서는 현재의 위기가 단기적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형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도 테슬라 판매는 견조하다"며 "이미 낮아진 실적 눈높이에서 4분기 실적 발표 때 매출총이익률(GPM) 방어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 2024년 성장 가이던스가 주가 반등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