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조사 성실히 임했다"…금감원, 15시간 넘게 마라톤 조사(종합2보)

'SM 시세조종' 혐의·소명 내용 등 질문엔 '묵묵부답'
금감원 특사경, 보고·지시 여부 등 추궁…카카오 사법리스크 부각

24일 오전 1시39분께 소환조사를 마치고 금융감독원을 나서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뉴스1 박승희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카카오(035720)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041510; 이하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에서 15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24일 오전 1시39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나온 김 센터장은 '조사에서 어떤 내용을 소명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간단히 밝히고 금감원을 빠져나갔다.

이외 '카카오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데 주주들에게 할 말이 있는지' '책임 경영을 위해 복귀할 생각이 있는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센터장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툭사경)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통보를 받고 전날 오전 9시55분 쯤 금감원에 도착했다. 이어 15시간40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점심과 저녁식사는 내부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출석 당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말했다.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 '주가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 등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에스엠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최근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를 시작으로 금융당국의 칼날이 김 센터장을 포함한 카카오 최고 경영진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카오는 올해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 공방이 진행됐을 당시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 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식의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매집한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스엠 주식에 대한 주식대량보유보고(5% 보고) 역시 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받는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지난 8월에는 김 센터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그중 배 투자총괄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금감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2인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내용이 중대하며 현재까지 수사결과 객관적 사실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규명돼 있다"며 보강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김 센터장 조사로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카카오와 계열사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카카오는 전일 대비 1100원(2.82%) 내린 3만79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 이후 7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카카오뱅크(323410)(-3.90%), 카카오게임즈(293490)(-0.65%) 등도 떨어졌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