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하락에 6000억 베팅한 서학개미…하반기 -51%[서학망원경]

6월부터 TMF 4억4036만달러 투자…변동성 심화에 美 10년물 5% 돌파
국채 발행 확대, 양적긴축 해결 어려워"…금리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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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 국채 금리가 요동치고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힘을 얻으면서 '서학개미'들의 시름이 깊다. 미 국채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6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수익률은 반토막이 났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6월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국채 불 3X'(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ETF(TMF)로, 4억4036만달러(한화 약 5958억원)를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채로 구성된 'ICE U.S. 20년 이상 미국채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국채 금리가 하락해 시중 국채 가격이 상승해야 수익이 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이른 시일 내에 인하로 변경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가 늘었다. 지난해 말부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불면서 상반기에만 5억7718만달러, 하반기 들어서는 4억403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연준은 연초에는 분명 비둘기파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부담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갈등 같은 지정학적 요인도 금리를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며 지난 19일엔 미 국채 10년물이 16년 만에 5%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수익률은 하락세다. TMF 가격은 연초 8달러 선에서 시작해 1월 중순에는 9.7달러까지 올랐으나 최근 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19일(현지시간) 기준 3.89달러까지 내렸다. 6월 초(8달러)와 비교하면 하반기 들어서만 51.37% 하락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지표는 물가가 목표를 향해 안정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 기초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득세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확실성을 더하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계속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긴급 예산을 편성해 국채 발행량이 늘면 국채 금리 인상(국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확대 원인은 국채 발행 확대, 양적긴축 지속에서 찾을 수 있는데 두 이슈 모두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며 "불균형한 수급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금리는 상방 압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기타 변수에 따라 높은 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