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열풍' 불자 지분 전량 팔아치운 최대주주 '먹튀 논란'
투자자 관심 타고 급등한 테마주 대주주·임원들, 고점서 지분 매각…개미투자자 피해 우려
당국, '내부자거래 사전공지제도'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내 증시에 '테마주' 열풍이 부는 가운데 주가가 오른 기업들의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서남(294630)은 최대주주가 창업주이자 2대주주였던 문승현 대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이하 어플라이드)였다.
어플라이드는 지난 2016년 6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서남의 지분 17.01%를 취득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문 대표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어플라이드는 이후 액면분할, 유상증자 등으로 10.09%(225만주)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한 사이 지분을 전량 장내매각했다.
서남 측은 "최대주주 어플라이드 외 1인의 장내매도로 인해 2대주주인 서남의 대표이사 문승현과 어떠한 매매거래 없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며 "최대주주 변경 후에도 당사의 경영권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제)주로 분류된 서남의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초전도체는 지난달 22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 LK-99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공개한 뒤 주목받기 시작했다.
7월24일까지만 해도 2900원대에 머물던 서남의 주가는 7월28일 4000원대로 올라온 뒤 8월1~3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1만원대에 진입했다. 8월8일에는 장중 한때 1만5430원까지도 올랐다.
어플라이드가 서남 지분을 최종 매도한 날짜로 확인되는 11일에는 종가 기준 6200원까지 내렸지만, 시세차익은 상당한 것으로 예상된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함께 분류된 신성델타테크(065350)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일본기업 고목델타화공은 LK-99가 공개된 지난달 22일 이후 0.87%(23만8458주)를 팔았다. 당시 1만3110원이던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최근 4만42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덕성(004830)도 최대주주인 이봉근 대표의 친인척인 이제종씨가 지난 4일과 7일 5만3600주를 장내매도했다.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전환사채(CB) 청구권을 행사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은 서남 CB를 23일 주식 108만6955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앞서 올해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차전지(2차전지) 종목들의 임원 및 최대주주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금양(001570)의 허재훈 상무는 지난달 27일(결제일 기준) 보유 주식 8만주 중 4만주를 장내 매도했고, 에코프로비엠(247540) 임원 4명은 지난달 27~28일 자사주 5790주를 장내 매도했다.
통상 대주주 및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할 때 투자자들은 '고점'이라고 인식해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와 임원들의 주식거래를 사전공시토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9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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