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란' 봉합됐다지만…증시 영향 촉각 "변동성 확대"
우크라이나 측, 전쟁 조기 종식 기대…불확실성에 투심 훼손 우려도
유혈 사태 없이 철수하면서 '무반응' 가능성도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러시아에서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잠잠하던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변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초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동시에 반란군의 철수에도 여전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26일 로이터‧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시작된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은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 중재에 따라 벨라루스로 철수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앞서 바그너 그룹은 전날 러시아군이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러시아 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며 모스크바 등지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지만, 극적 합의로 유혈 사태를 피했다.
이번 사태로 러시아 정치의 붕괴 징후라는 평가가 나옴과 동시에 러-우 전쟁의 조기 종식 가능성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이번 사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에 군대를 오랫동안 주둔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전쟁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 미하일 포돌랴크는 "프리고진의 쿠데타는 비록 실패했어도 러시아 권부의 내분을 일으킬 것"이라며 "분명히 전쟁의 종식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데타를 계기로 러시아 엘리트들은 분열할 것이고, 푸틴 대통령은 무오류성에 큰 흠집이 나며, 러시아 내부에서 군사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쟁 종료 기대감이 크게 작용할 경우 증시는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뉴욕 소재 TD증권의 제다니 골드버그 미국 금리전략가는 로이터에 "앞으로 하루 혹은 이틀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며 "러시아의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투자자들은 안전한 피난처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원유 시장이 흔들려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석유 트레이더 및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의 경우에도 미국 원유 시장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 원유 트레이더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파이프라인이 막히거나 석유 터미널이나 항구가 점거돼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훼손된다면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시장의 반응이 무덤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가일유럽(Argyll Europe)의 알라스테어 윈터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분명히 약해졌고 더 많은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면서도 시장에서 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된 것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0~5.25%로 동결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긴축 우려도 잔존하고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매파적 발언의 영향이 이번 주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매파적 발언에 나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29일 유럽 포럼에 참석해 보일 태도,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등 경제지표에 주목하면서 증시가 움직일 전망"이라며 "러시아 반란 사태가 마무리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존 변수들에 더해지며 변동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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