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시장은 증권업 패러다임의 변화…디지털IB 경쟁력 자신"

[STO리더를 만나다]⑥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
"이미 ST 상용화, 가장 큰 경쟁력…연내 새 상품 내놓을 것"

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공준호 강은성 기자 = "비대면 증권거래시장이 열릴 때, 당시 규모가 작았던 키움증권은 주식거래의 장벽을 낮춰 그 판을 '압도'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에게만 열렸던 투자의 기회를 확대하고 수많은 욕구가 있었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거죠.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이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연결해주는 창이 확 열리게 되는거죠."

SK증권의 STO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는 STO 시장을 주식거래 시장의 비대면 혁신에 비견할만한 큰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대형사와 비교해 중소형에 지나지 않았던 키움증권이 큰 변화 속에서 자리를 잡았듯이, SK증권 역시 STO 개화기에 기회를 잡아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겠다는 목표다.

◇"조각투자 업체와 협업 통해 실제 STO 실무 경험…증권사 중 유일"

SK증권은 자기자본은 6000억원대의 소형 증권사다. 일부 대형 증권사의 경우 연간 순이익이 SK증권의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업계에서는 규모의 차이가 존재한다. 최 대표가 그런 '공룡' 증권사들과 향후 STO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데엔 근거가 있다. 바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STO 사업을 실무적으로 진행해 본 유일한 증권사라는 점이다.

그는 "STO 시장에서 당분간은 증권사의 기존 원장에 토큰증권(ST)의 분산원장 시스템을 붙여서 거래를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해 본 곳이 우리(SK증권)밖에 없다. 제휴사인 펀블의 시스템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실시간으로 우리 원장에도 거래 내역이 관리된다. 블록체인 조각투자 플랫폼인 펀블에서 거래가 되면 증권계좌에도 반영되는거다. 이걸 '미러링'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이 시스템을 통해 잠실 고액 아파트를 매도하는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1월 SK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후 두회사는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펀블'(기업명과 동일)을 출시하고 시그니엘 1개실을 공모상품 1호로 출시하고 판매했다. 최 대표는 "초기 발행과 유통까지 미러링을 해 완결했다"고 덧붙였다.

펀블은 이미 지난 2021년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았고 이후 지난달 2년간의 자격연장을 받아 2025년까지 혁신금융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다.

SK증권은 조만간 새로운 자산을 공모해 연내 혁신금융서비스를 추가 획득하고 상품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STO를 기업금융(IB)의 '디지털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토큰증권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과 소싱 등도 당연히 기존의 증권을 소싱, 밸류에이션 잘하는 곳이 강점이 지닌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최 대표는 "증권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당연히 대형사가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있다고 볼 수 있지만 STO는 기존 증권 자산, 계약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거기서 하나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대표는 발행과 유통의 과정에서 누가 빠르게 디지털화를 시키고 비용절감을 잘 할 것이냐가 경쟁의 새로운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존 기업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간편하고 속도감 있는, 안전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만드냐에 따라서 발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문턱을 낮춘다면 또 하나의 경쟁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는 SK증권이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하면)반발짝 정도는 먼저 경험을 축적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새롭게 패러다임이 형성됐을 때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STO 핵심회사가 될 것이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SK증권은 펀블 이외에 핑거, 갤럭시아 머니트리 등을 비롯해 다른 증권사와도 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단순히 블록체인이나 아이디어를 떠나서 기존 원장에 붙여 실제로 상품화가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STO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까지 시장의 세부적인 개념이나 미러링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업무협약(MOU)은 어디와도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레거시(기존 원장)와 붙여서 갈 수 있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블록체인이나 조각투자 업체 이외에 증권사와 얼라이언스(동맹)를 맺는다는 구상도 세워둔 상태다. 그는 "발행과 유통이 분리된 상황이라면 더더욱 합종연횡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각각이 거래소 역할이 된다고 예상했을 때 얼라이언스가 중요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떤 가능성에도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얼라이언스와 관련된 욕구가 남아있을 수 있다. 동맹의 한 축은 조각투자 등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와 기술업체가 될 것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메인넷을 놓고 노드들(증권사)이 붙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 ⓒ News1 성동훈 기자

◇"발행과 유통 중 중요한건 발행…당국은 기술표준 명확히 제시해야"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STO 시장에서 발행과 유통의 주체는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A증권사가 발행한 토큰증권은 A증권사의 플랫폼에서 유통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초기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최 대표 역시 "발행과 유통에 대한 시각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증권거래처럼 중앙거래소와 예탁원 등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발행과 유통을 분리했을 때 시장 형성이 어렵다는 점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지 않을 경우 이해충돌, 불공정거래, 투자자보호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모호해질 수 있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와 투자자보호가 명확하게 정립되는 것이 바로 토큰증권이 법 제도속으로 들어온 근거가 되기 때문에 발행과 유통의 분리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당국의 방침에 공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증권성(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정의와 기술표준 정립을 당국이 보다 명확하게, 신속히 내놔야 한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STO 시장이 열리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예를들어 현재 프라이빗 블록체인 쓰라는 얘기만 나와있으니 경쟁에서 이기는 곳에서만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문제도 있지만, 증권성과 토큰의 영역에 대한 정의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다룰수 있는 영역이 명확해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거래에 사용되는 분산원장(블록체인)의 요건 중 하나로 '권리자 및 거래 정보 기록을 위해 별도의 가상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으로 토큰증권을 발행하라는 취지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제한된 이들이 참여하는 폐쇄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최 대표는 이어 "ST가 향후 중앙집권화된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도 있고 증권사 각자의 거래소를 각자가 운영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며 "현재 우리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건 일단 발행과 유통을 제각기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모두 구축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중앙집중화된 거래소라는 개념이 생긴다면 우리는 발행플랫폼으로 가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과 발행 중에서는)발행플랫폼이 직관적이고 증권사가 꼭 해야하는 부분"이라면서 "STO는 디지털IB로, 현재 IB단계에 있는 모든 단계를 디지털화해 시장도 단축시키고 발행도 쉽게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STO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포괄 가능…아이디어 승부가 될 것"

최 대표는 토큰증권을 디지털화된 기업금융이라고 표현했지만, 토큰증권만이 다룰 수 있는 차별화된 지점에 대한 고민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자산뿐 아니라 자산의 가치를 키우는 사업모델까지도 STO에 포함시키는 등 많은 형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예시로 든 것은 음원과 관련한 투자계약증권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음원은 통상적으로 처음 발매됐을 때 가치가 고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다. 그러다가 역주행 등 우연한 계기로 다시 가치가 상승하는 '굉장히 어려운 자산'이다. 여기서 만약 음원의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 활동까지도 STO화 한다면 투자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기에는 모호한 개념이지만, 모든 사업들이 포괄될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아이디어 승부다.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거냐, 사업자도 좋고, 투자자도 좋은 상황이 되면 거기서부터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는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ST를 발행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증권사가 현재처럼 자산을 밸류에이션하고 상장시키고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현재와 같은 역할에 머무른다면 토큰증권의 혁신은 매우 협소하고 그저그런 또 다른 증권상품의 하나로 머무를 수 있지만 이런 부가가치와 새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면 전혀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모델을 STO화 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글로벌화'다. 최 대표는 "현재 일부에서는 STO에 대해 '그래봤자 국내 자산을 토큰화하는 건데, 확장성이 있느냐?'며 회의감을 보인다. 그런데 사업모델을 생각해보면 글로벌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토큰이라도, 글로벌 사업모델을 STO화해 내재한다면 충분히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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