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사러 가는 개미' 한 달간 순매수 4조원 돌파…금리하락 베팅 늘었다
예금금리 하락·불안한 주식시장 여파도…"개미 채권 매수세 이어질 것"
역대 최고치 기록…'보험' 보다 순매수 규모 커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며 채권시장을 공략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4조24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개인 월별 순매수가 4조원대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은행(19조4158억원), 외국인(9조2483억원), 자산운용사(8조7249억원)에 이어 4번째였다. 전통의 채권 큰손인 보험(2조9884억원)보다도 1조원 넘게 많은 수준이다.
이달에도 개인의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 전날까지 총 4거래일 간 투자자들은 18조4241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은행·자산운용·외국인에 이어 많이 사들인 보험(6560억원)과 개인(6055억원)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개인 채권 순매수액도 13조5088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8695억원에 비해 371%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개인 순매수가 가장 많은 채권 종류는 국채로, 전체의 36%(4조8646억원)를 차지했다.
최근 개인에게 채권 인기가 늘어난 이유는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기존 예상된 최종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국채 중 3년물과 20~30년 구간이 많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이같은 분석은 힘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3년물 26.2%, 20년물 25.8%, 30년물 35.9%로 초장기 국채 비중이 60%를 넘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초장기 국고채 비중을 보면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 수요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며 "미국의 최종 기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점도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정기예금 금리 하락, 불안한 주식시장 등의 여파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3.5%)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예금잔액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 등도 불안을 키웠다는 평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개인 채권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금리인상 기조 종료 시그널 등이 개인들의 채권투자 매수세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낮아진 예금금리 대비 상대적인 금리 매력, 또는 중장기적인 자본차익 기대에 따른 개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원히 안전한 투자자산은 없지만 규제적 측면에서 세제혜택 및 금리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고채, 디폴트 가능성이 적은 초우량 금융지주회사의 신종자본증권, 우량한 공기업 채권 투자는 자산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예금 이상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개인들의 채권투자 저변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관련된 상품들의 추가 공급도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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