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쩐의 전쟁' 꽃놀이패 쥔 소액주주?…천당에서 지옥으로

에스엠 15% 급락 마감…지분 분쟁 이전 수준으로
오늘 '오버행' 우려…주가 더 하락할 수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로고의 모습. 2023.3.1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이기림 기자 = '공개매수 이벤트'가 끝난 SM엔터테인먼트(041510)(에스엠)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쩐의 전쟁'에 참전했던 소액주주의 물량이 많이 남은 터라 주가는 하방 압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때 카카오와 하이브간 지분싸움으로 '꽃놀이패'를 쥔 줄 알았던 개미는 오히려 큰 손실을 보게 생겼다.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쩐의전쟁에서 유일한 승자는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다.

28일 에스엠은 전 거래일 대비 1만6100원(15.02%) 내린 9만11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9만500원까지 내려가 9만원선도 위협받았다.

에스엠 주가가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던 2월9일(9만8500원) 이후 처음이다.

◇ 하이브·컴투스도 참여한 공개매수…경쟁률 2.2대 1

지난 2월7일 에스엠은 카카오에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이후 2월10일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을 넘겨받은 하이브가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미 당시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어서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실패했다. 3월7일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실시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6일까지 진행한 공개매수 결과가 이날 발표됐다. 양측의 공개매수에서 달라진 점은 하이브와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 경쟁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합의한 부분이다. 지분경쟁 재료가 사라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힘이 사라지자 카카오는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대신 공개매수 물량에 미달한 잔여 지분을 떠안게 된 주주들이 울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에스엠 주식 833만3641주를 절반씩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경쟁률은 2.2655436대 1로 마감됐다.

이번 청약물량은 공개매수 예정물량을 훌쩍 넘긴 1888만227주로, 배정비율은 44.139517%에 그쳤다. 앞서 카카오 측은 공개매수 신청 물량이 목표 물량을 넘어설 경우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수물량을 할당하고 초과분은 매수하지 않기로 했다.

한 투자자가 100주를 신청한 경우 44주는 공개매수가 되고, 남은 수량에 대해서는 다시 큰 값부터 정렬해 1주씩 배정된다. 소수점 이하 값까지 동일한 경우는 신청 주수가 많은 투자자에게 추가로 배정된다.

기존 에스엠의 최대주주 하이브는 물론 지분 4.2%를 보유한 컴투스도 지분을 전량 청약했고, KB자산운용(3.83%)도 보유 지분 일부를 청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엠, 커지는 오버행 우려…'이수만'만 웃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2023.2.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에스엠 주가는 향후 횡보 내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28일부터 공개매수 청약에 실패한 물량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주가는 더 하락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신청 후 남은 물량에 대한 공매도는 오늘부터 가능해 대부분 출회된 것 같다"면서 "주가가 오를 만한 상승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기 낙폭과대로 기술적 반등이 나오더라도 경영권 분쟁으로 매수한 물량이 매물로 계속 나올 것으로 보여 당분간 횡보하거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이번 공개매수 청약에 실패한 약 209만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언제든 시장에 매도할 수 있는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로 남게 됐다.

하이브와 개인투자자 모두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에스엠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절반 수준의 지분을 팔아 약 451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잔여지분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차익보다 에스엠 주식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큰 상황이다.

27일 종가 기준 SM엔터 주가는 9만1100원으로 하이브는 주당 2만8900원 손실을 보고 있다. 남은 물량의 평가손실은 606억원을 넘어간다.

평가손실이 큰 만큼 하이브는 당장 주식을 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주식을 매도할 수도 있고, 지분을 계속 가져가면서 에스엠과 협업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손실은 마찬가지다. 3월 이후 지난 24일까지 에스엠 평균 주가는 12만4571원이다. 쩐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3월에 주식을 샀다면 평균 26%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만 전 총괄은 이번 카카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이수만은 지분 3.65%인 86만8948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지분은 하이브에 주당 12만원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이 걸려있다.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에서 손을 떼면서 지분을 매입할 이유는 없어졌지만 풋옵션은 유효하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의 권리인 만큼, 행사 여부는 그에게 달렸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에스엠 지분은 각각 20.78%, 19.13%로 늘어 총 39.91%로 불어난다. 현재 기준 각각 3.28%(78만주), 1.63%(38만7400주)씩 총 4.91%를 보유하고 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