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공개매수 응답한 개미는 겨우 4주…'꽃놀이패' 쥔 소액주주는 웃는다

하이브, 공개매수로 획득한 지분 19.4%…압도적 지분 확보 실패
카카오, 블록딜로 반격 가능성…"지분 30% 이상 확보해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2023.2.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하이브(352820)가 SM엔터테인먼트(041510)(이하 에스엠)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40%의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하려는 하이브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지금까지 확보한 지분은 19.4%에 불과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로 카카오(035720) 입장에서는 해볼만한 게임이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통해 에스엠 지분 30%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엠 주주는 꽃놀이패를 쥐게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한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에서 하이브는 총 23만3817주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매수하려고 했던 물량(595만1826주)의 3.9%에 불과한 수준이고, 전체 주식 수의 0.98% 지분만 얻었다. 갤럭시아에스엠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해 23만3813주를 매각한 것을 제외하면 공개매수로 들어온 주식은 4주뿐이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월28일 종가가 12만7000원으로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았던 것이 공개매수 실패 요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보유한 에스엠 지분은 15.78%가 됐다. 여기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3.65%를 합치면 총 19.43%다.

하이브는 이번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하이브는 에스엠 지분 20%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경영권을 위협받기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 전 총괄은 지분 18%를 넘게 들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내려오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규모 투자 유치도 에스엠 지분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이브가 최근 재무적투자자(FI)들과 접촉하면서 1조원대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도 하이브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에스엠 지분 9.05%를 인수하려는 카카오의 계획은 무산됐지만,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로 다시 해볼만한 싸움이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 또는 블록딜을 진행할 가능성을 점친다. 하이브보다 앞서려면 3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든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실탄이 두둑하다. 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의 중요한 열쇠가 에스엠과의 제휴인 만큼 1조원 이상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추가 취득한 지분율이 낮아 카카오가 인수전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하이브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10% 이상의 추가 매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카카오의 경우 30% 이상 지분을 단기간에 공개매수 또는 블록딜 형태로 가져와야만 인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주주총회 이전에 카카오가 공개매수 등의 방법으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매수든 블록딜이든 주주들은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공개매수를 한다면 현재가(13만100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고, 블록딜 역시 높은 가격으로 살 것으로 예상돼 주가에 긍정적이다.

양측은 여론전을 지속하고 있다. 하이브는 최근 에스엠 공개매수 당시 주식을 대거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린 '기타법인'이 카카오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금감원에 관련 조사를 요구했다. 하이브 역시 최근 기관투자자에게 블록딜을 요구하며 물밑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에스엠 현 경영진이 문제제기를 한 상황이다.

우선 양측은 오는 31일 에스엠의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의결권 모으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을 거머쥐는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표싸움이 예상된다. 지난 9월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은 발행주식 수의 70.53%(1650만2556주)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