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베스트는 하이브"…31일 주총 D-데이 '소액주주 표심' 어디로

에스엠 경영진vs하이브, 이사회 장악 위한 각자 후보 추천
양측 소액주주 표심 확보에 총력…여론전도 치열해질 전망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2023.2.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041510)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주주총회 '표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 경쟁에서 하이브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카카오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알 수 없고 에스엠 현 경영진과 하이브의 갈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표심 결집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에스엠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에스엠 현 경영진과 하이브는 각각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을 거머쥐는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표싸움이 예상된다.

에스엠 현 경영진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기타 비상무이사 2명 등 총 11명을 후보로 냈고, 하이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 등 총 7명의 후보를 올린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2023.2.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일단 승기 잡은 하이브

지난 3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에스엠 지분 9.05%를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서려고 했던 카카오의 계획은 무산됐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이 전 총괄은 "에스엠을 이 업계의 '베스트'에게 내줘야 한다"면서 "하이브가 베스트"라는 지지안을 내놨다.

하이브는 견고한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현재까지 하이브는 이 전 총괄로부터 지분 14.8%,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0.98%를 매입해 총 15.78% 지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 전 총괄에게 남은 지분 3.65%를 더하면 사실상 19.43%를 가진 셈이다.

다만, 지분 25%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매수가는 12만원이었는데,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월28일 종가는 12만7600원이다. 에스엠 소액주주는 하이브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없었다. 공개매수 결과는 6일 삼성증권을 통해 공개된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모니터에 표시된 SM 주가 추이. 2023.2.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카카오의 선택은?…공개매수 or 포기

시장은 카카오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온 뒤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은 즉각 입장을 냈지만, 카카오는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16일에 이어 28일에도 의문의 기타법인이 에스엠 주식을 대량 순매수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집하고 있는 기타법인이 카카오의 우군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카카오가 조금씩 우호지분을 모으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가 하이브와 지분싸움을 벌이려면 최소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공개매수를 한다면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보다 더 높게 제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실탄이 두둑하다. 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의 중요한 열쇠가 에스엠과의 제휴인 만큼 1조원 이상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이사. 2022.1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얼라인은 어쩌나?…소액주주 표심 모아야

1% 지분으로 에스엠 제국을 흔들었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의 움직임도 주목할 점이다. 얼라인은 카카오와 전략적 협업을 담은 'SM 3.0 시대'와 관련한 주총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결권 위임장을 받고 있다. 카카오 논란과는 별개로 현 경영진의 편에 서 있다.

다만 얼라인이 가진 에스엠의 지분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기관투자자와 소액투자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표대결에서 승리하며 주주가 제안한 '감사'를 이사로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금융회사들을 대대적으로 점검해 문제가 적발되면 엄중히 처리하겠다는 경고를 내놨다.

주주명부폐쇄일인 지난해 말 기준 에스엠의 '큰손'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이다. 이들은 이번 분쟁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건은 소액주주의 표심이다. 지난해에는 에스엠의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얼라인을 위시로 한 연대가 결성됐다면, 지금은 양쪽 모두가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명확한 '악'이 없는 셈이다. 소액주주는 '주가를 올려줄 수 있는 쪽'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은 각 지역의 소액주주 집에 의결권 대행업체를 보내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의결권 위임업체만 7곳을 이용한다. 최근에는 하이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해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일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열고,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상 사내이자 후보자가 직접 미래 구상을 설명하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매입 계획이 무산됐고, 주주제안 가능 기한도 끝났다. 에스엠 현 경영진과 하이브는 당분간 의결권 모으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