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금융위 "금투세 도입 시 자본유출 우려…금융사 준비도 미흡"
"과세로 인해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해외주식 등으로 투자자 이탈 가속화"
"개인투자자 보호장치 마련된 후 금투세 도입해야"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증권업계 시스템 구축도 미흡하고, 불안한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되고, 한국 주식시장의 선진화가 이뤄진 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금융투자세 유예촉구 긴급토론회'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제출안대로 금투세 2년 유예가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주식시장에서 고래가 빠져나가면 개미만 피해를 본다"면서 "금투세가 유예되도록 민주당을 설득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 △개인투자자 송종식 △이영주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 과장 △류성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서기관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좌장으로 나선 박영옥 대표는 '주식농부'로 유명한 개인투자자다. 박 대표는 "금투세는 유예하고, 농부가 농사짓듯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투자 환경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금투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데 입을 모았다. 현재 자본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제 도입 시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주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 과장은 "현재 시장 여건과 2020년 금투세 도입 당시 여건이 크게 차이가 있다"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태에서 금투세 도입 시 자본 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또 "금투세 도입으로 과세 대상자는 1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10배 늘어나고, 세 부담은 1조5000억원이 증가한다"면서 "과세로 인해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해외주식 등으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성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서기관은 "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세할 경우 충격이 우려된다"면서 "과세 대상이 전체 1% 내외수준이지만, 1% 과세 충격이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납세 수용성도 낮은 상황이다. 새로운 세금에 투자자가 적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한투연에서 리얼미터에 의뢰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식투자자 10명 중 7명(66.4%)이 금투세 강행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류 서기관은 "금투세 유예안은 정부 공약이기도 했고, 지난 7월 기재부에서 도입 유예를 발표하면서 납세자도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면서 "납세 수용성 차원에서 세금을 도입하기 전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연착률 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도입 준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도 금투세 도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장은 "금투소득세는 원천징수 포함해서 금융사 시스템 구축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금융회사도 이제까지 없었던 전면적 과세 제도이다 보니 추가적인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투협과 은행연합회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류 서기관은 "지난주 금융위에서 증권사와 간담회를 했는데, 증권사에서도 상당수 우리와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실제 과세부담 여부와 상관없이 세금을 낼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증시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금투세를 유예한 후 2년 동안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장은 "정부 출범하면서 국정과제로 개인투자자 보호장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국정과제의 본격적인 정착과 체감가능한 성과를 낸 이후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이 투자자의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정과제로 추진중인 제도 개편은 △공매도 제도 개선 △물적분할 관련 주주보호 △상장폐지 요건 정비 △투명성·공정성 개선 등이다. 현재 금투업규정, 시행력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 서기관은 "국내 주식가치 지표가 낮은 점을 아프게 보고 있다"면서 "금투세가 유예된다면 그 기간 우리가 마련하고 있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법을 마련해 국내 증시가 매력을 갖춰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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