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보증비율' 90%로 떨어진다면?…"금리 인상·한도 축소 불가피"
전세대출 '100% 보증' 사라진다…은행 "신용 심사 더 까다롭게"
금리·한도에도 영향…전문가들 "가계부채 관리 위해 필수적"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정부가 이르면 올해 1분기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최대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발표하면서 대출 금리와 한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가 은행에 전세대출을 신청하면 이른바 '3대 보증기관'이 100% 보증을 제공하던 것을 90%로 낮춘다는 의미로, 은행 입장에선 일종의 '리스크'가 생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출 한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다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를 안정화하기 위해선 '전세대출 제도 수술'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8일 오후 '주요 현안 해법회의' 형식으로 진행한 업무보고를 통해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로 일원화하고, 수도권에 한해서는 추가 인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7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빠르면 1/4분기 중에 시행할 수 있게 관계부처 협의는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주택 임대 방식으로, 과거 은행에서는 제도상 허점이 있다는 판단해 전세대출 취급을 꺼렸다. 이에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기금(HUG), 서울보증보험(SGI),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3대 보증기관을 통해 전세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100%로 설정하면서 '너무 받기 쉬운' 대출이 됐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소비자의 대출 상환 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쉽게 대출을 내어주게 됐다. 전세대출의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뿐만 아니라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등의 문제로도 이어졌다.
권 사무처장은 "전세대출은 국민들의 주거 안정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지만 차주의 상환 능력 심사 없이 대출이 실행되고 있어 불완전한 제도"라며 "100% 보증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한다기보다 제도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제도 변경에 은행권 관계자들은 "보증비율 인하는 대출 금리와 한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전세대출에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 보증기관이 전액을 모두 은행에 갚아줬다면, 앞으로는 9000만원만 갚아주고 1000만원은 은행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소비자의 신용도를 더 까다롭게 심사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가 전세 대출을 갚지 않을 위험도를 계산해 반영하면 금리는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 사무처장도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시장 원칙상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1억 원의 전세대출 신청 시 9000만원은 보증기관의 보증으로 받는다면, 1000만원은 '개인 신용'으로 받는 구조다. 이에 차주가 다른 신용대출을 받을 때 한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전세제도 수술은 불가피하다"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보증비율 인하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약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쉽지 않으면 보증비율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보증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주장한다. 이 교수는 정부의 전세대출 보증이 주거 안정에는 기여하고 있지만, 의도와 다르게 전세가격 안정화와 가계부채 건전성 유지에 모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대출 확대로 갭투자가 증가하고, 전세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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