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 회장 "불확실의 시대, '안정감' 주는 금융될 것"
[신년인터뷰] 탄탄한 자산관리, 꾸준한 밸류업, 건전성 강화 약속
미래성장 위한 과감한 혁신…AI 개발·적용에 집중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신(新) 트럼프 정부의 출범, 세계적 보호무역의 확대, 내수경기부진 등 을사년 새해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1위 금융지주의 수장인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불안한 고객들에게 안심을 주는 것이 회사와 자신을 역할이라고 했다.
1일 양 회장은 뉴스1과 서면 인터뷰에서 2025년 새해 이루고 싶은 목표로 '안정감 있는 금융을 실천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고객들의 불안을 해소해 주는 것이 KB금융의 역할이라는 설명했다.
그는 안정감 있는 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과제로 △고객들의 안정감 있는 자산관리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밸류업 계획의 이행 △KB금융의 자체적 건전성 관리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조금의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드리도록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안정감 있는 경영을 추구하면서도 미래성장을 위한 과감한 혁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양 회장은 "전반적인 효율경영 기조 속에 미래성장을 위한 선별적인 혁신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자본효율성과 비용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높이되 미래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히 투자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 회장은 인공지능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그룹 공동 생성형AI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해 개발이 진행 중이며 오는 4월 오픈 예정"이라며 "4월 이후에는 모든 계열사에서 자유롭게 각종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계열사별 업무영역 및 상품·서비스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양 회장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금융지주 회사들을 각각의 객체로 보고 규제하는 현재 구조 때문에 적극적인 협업을 통한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 예로 그는 "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내부 경영 관리 목적으로만 가능하고 마케팅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며 "각 계열사를 각각 규율하는 현재의 금융지주 규제 체계를 일부 영역에서라도 하나의 그룹으로 보는 전향적 규제로 전환한다면 금융산업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지난해 금융지주 회장으로 거둔 가장 큰 성과로 "저평가되었던 KB의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은 것"을 들었다.
다음은 양 회장과의 일문일답.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2024년 거둔 성과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KB의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은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시장 전반적인 금융주 가치 상승 기조도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KB가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탁월한 실적과 그룹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밸류업 계획'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2025년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KB금융이 사회와 고객님들의 불안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안정감 있는 금융'을 실천하고 싶다. △고객님들의 안정감 있는 자산관리 △투자자분들에게 약속드렸던 밸류업 계획의 이행 그리고 △KB금융 자체적 건전성 관리 3가지 측면 모두에서 조금의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드리도록 KB금융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2025년 금융권 최대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국 경제 침체 가능성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 요소가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최근 트럼프 2기로 인한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 만큼 올해에도 이러한 불확실성들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금융권의 주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25년 KB금융그룹의 경영 전략은 전반적인 효율경영 기조 속에, 미래 성장을 위한 선별적인 혁신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전히 불확실한 정치∙경제 상황 속에서도 자본효율성과 비용효율성을 최우선적으로 높이되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2025년 경영상 위협 요인과 위기 극복을 위한 키워드 각각 3가지를 꼽는다면?
▶2025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미국의 관세 및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내수 경기 부진과 취약계층 부실 문제 등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게도 관세 인상을 압박하고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한국 수출이 더욱 약화될 위험이 있다. 또한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고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내수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부실이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는 탄핵 정국, 해외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과 예고된 미·중 갈등 등 대내외적 경제∙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상황에서 각 사안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의 경영 방향은 전반적인 효율 경영 기조 속에, '미래 성장을 위한 선별적인 혁신 성장 추진'이 될 것이다. 불확실한 정치∙경제 상황 속에서도 자본 효율성과 비용 효율성을 최우선적으로 높이되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히 투자해서 그룹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으로 달러·원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내년 환율 전망치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떤 대응 전략이 있나?
▶내년 상반기 전망치는 1360~1470원, 내년 말 전망치 1310~1350원. 현재 환율이 적정 수준보다 과도하게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정세 불안과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지속됨에 따라 환율이 1400원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환율은 내년 말 1300원 초중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금융권에서 금융사고가 많았다. 금융사고 규모가 커지고, 방식도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과거 은행원들에겐 잘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나? 금융은 신뢰가 생명인데 돈 앞에 흔들리는 신뢰의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려고 하나 어떤 대책이 있나?
▶과거와는 달리 업무가 복잡해지고 영업점 채널 변화와 상품이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 대비 고위험 업무가 많아진 것에 기인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업무 전문성 확보를 위한 영업점 창구 운영 체계 개편, 사례 위주의 임직원 윤리 교육을 통한 윤리의식 고취 및 내부통제 DT 추진을 통한 관행적 업무 수행 방지 등을 통해 내부 통제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진출 전략과 목표는? 특히 역점을 둘 지역은 어느 곳인가?
▶2025년 글로벌 경제는 다양한 불확실성과 구조적 저성장 우려로 인해 여전히 도전적인 환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 속에서 KB금융은 글로벌 사업의 안정화와 경영관리 체계의 고도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인도네시아 KB Bank는 지금까지의 정상화 노력에 기반해 2025년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도 현지 시장에서 메이저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비즈니스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다.
-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 활용과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AI 관련 전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2025년 KB금융의 AI 도입·활용은 크게 △안전하고 편리한 생성형 AI 플랫폼·인프라 환경 구축 △핵심 사업 분야 우선 적용 및 전사적 영역으로 점진적 확대 추진 △대(對)고객 영역 확장 추진 3가지 방향성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플랫폼·인프라 환경 구축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해 개발이 진행 중이며 오는 4월 오픈 예정이다. 4월 이후에는 모든 계열사에서 자유롭게 각종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계열사별 업무 영역 및 상품·서비스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AI 윤리위원회 설치, 위험 관리 정책·매뉴얼 마련 등 AI 거버넌스 체계를 은행에 우선 구축 중이며 2025년에는 전 계열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WM 자산관리와 기업대출 등 핵심적인 업무 분야에 우선 적용할 AI 에이전트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기존 인력이 수기로 작성하거나 기초자료를 분석하는 등 단순 업무에 쏟던 시간과 노력을 AI 에이전트가 대신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이 더욱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상담용 생성형 AI 서비스가 내부 직원용에서 대고객용으로 확장된다면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든 KB 플랫폼을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 니즈를 해결할 수 있고 특히 노년층 등 사회·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강화에 더욱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KB는 AI 활용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안전하고 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포용적 금융 환경 구축에 앞장서겠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다면?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업권 별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금융지주 소속 계열사들을 각각의 엔터티(Entity, 객체)로 보는 규제 체계에서는 계열사 간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가능하고 마케팅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금융소비자의 요구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어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현재 각각의 회사별로 규율받고 있는 금융지주의 계열사들을 일부 영역에서라도 하나의 그룹으로 보는 전향적인 규제체계를 도입한다면 금융산업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potgu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