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년만에 180원 뛰었다…IMF 이후 '최악의 연말'(종합2보)
1472.5원에 마감, 종가 기준 IMF 이후 최고치…상승폭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비상계엄·탄핵·강달러 겹쳐…환율 한달새 77.8원 올라
- 김도엽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문혜원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강달러 압력 지속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권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1년 새 200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연말 종가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인 1467.5원 대비 5원 오른 1472.5원에 올해 마지막 거래를 마감했다. 연말 종가 기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1697.0원) 최고치다.
올해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12월 28일 1288.0원 대비 1년 새 무려 184.5원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96.4원)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지난달 말 종가 1394.7원 대비로는 한 달 동안 77.8원 뛰었다. 이는 지난 2023년 2월 한 달간 90.7원 오른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당시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 △위안화·엔화 등 아시아 통화 절하 △한·미 금리 역전과 자본유출 등 영향이 큰 시점이었다. 지난 10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강달러로 인해 72.1원 상승한 것보다 더 크게 상승한 셈이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7.5원 오른 1475원에 출발 후 1470원 초반대까지 내렸다가, 오후 3시 전후로는 1470원 아래까지 내려갔으나, 장 마감 직전에 1470원을 웃돌며 마감했다.
연말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크게 출렁였다. 당시 야간 거래 포함 하루에만 41.5원 변동 폭을 보였는데, 이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달러가 급등한 지난 2020년 3월 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최대 폭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차례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국내 정치권 불확실성이 가중돼 환율은 더 뛰었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는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4번에서 2번으로 줄이는 등 이전보다 높게 전망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9~20일, 23~24일, 26~27일에 이어 이날까지 장중 달러·원 환율은 1450원을 넘는 등 강달러를 보이고 있다. 7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을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5~6일, 9일, 11~13일, 16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86.7원'을 기록하며 149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계속되는 정국 불안과 강달러 압력 지속에 따라 148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한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25억 원 순매도하기로 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 등을 감안하면 강달러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판단이다.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강달러 기조가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다만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경계감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수용할 경우 정국 안정에 따른 소폭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정치 불확실성은 정점을 통과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1480원 선을 위협하던 환율은 1470원 부근까지 하락 안정됐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덕수 총리 탄핵 표결 소화 이후 레벨 부담에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국내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환율 상방 압력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환율 급등에 따른 불안심리를 진화하기 위한 당국 움직임이 시장 곳곳에서 관찰 중이고, 외환시장에서도 환율 추가 상승 시 속도 조절을 위한 미세조정 부담이 커지며 롱심리 과열을 예방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연말 거래량이 줄어들며 호가가 얇고,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유의미하게 출회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수급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다만 당국 개입 물량, 급격한 환율 상승에 대한 투자자 상단 경계감은 상단을 지지한다"고 분석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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