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솔로 탈출' 프로젝트 활활…직원 매칭해 '핑크빛 물결' 만든다
"너도 솔로?"…BNK·캠코 등 부산 소재 금융기관 '단체 소개팅'
하나은행, 미혼직원 모아 '연애 장려'…"저출생 근본적 문제 해결"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금융권에도 '핑크빛 기류'가 흐르고 있다. 솔로 탈출을 꿈꾸는 20·30세대 직원들 사이에서 '임직원 소개팅'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다.
눈에 띄는 점은 회사가 직접 소개팅 주선자로 나서 직원 사이의 연애를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해결사'를 자처한 금융사들이 단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연애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실제 직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미혼남녀 직원들에게 신청을 받아 '소개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소개팅 상대는 같은 부산 지역에 위치한 금융 공기업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직원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양사 노조 간의 협력으로 성사됐으며, 30~40여명의 직원이 참여해 1박2일 엠티(MT)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부산 지역 금융권이 '핑크빛'으로 물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직접 나서 지역 금융 공기업인 기술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캠코 등과 함께 소개팅을 주선하는 일도 있었다. 소개팅 프로그램 이름은 유명 예능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본떠 '너두 솔로'로 지어졌다고 한다.
부산의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부산 지역 금융기관 소개팅이 성행하면서 젊은 직원들의 관심이 크다"며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데 회사가 소개팅 주선자 역할까지 해주니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금융기관들이 소개팅에 진심인 나름의 이유도 있다.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지난 2014년부터 금융 관련 공공기관들이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레 부산에 근무하는 미혼 직원들도 늘어나게 됐다.
결국 금융 공공기관으로 새롭게 입사하는 타지역 직원들은 부산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정착해야 하는 애로사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회사 측은 2030 직원들이 같은 지역, 동종업계 종사자를 만날 수 있도록 '금융권 소개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소개팅 열풍'은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도 나타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미혼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랑, 그게 뭔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연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은행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단체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진단하게 한다. 이후 타 참가자와 연애 스타일을 비교·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이어 와인클래스를 마련해 남녀 교류의 시간을 제공한다.
물론 와인클래스 좌석 배치는 호감투표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소규모 이벤트를 통한 2인 영화관람권도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지난 6월 임직원들의 연애를 장려하기 위한 직원 소개팅 프로그램 '슈퍼솔로'를 제작했다. 실제 신한은행 남자 직원 4명과, 여자 직원 4명이 소개팅을 진행하는 과정을 촬영했으며, 직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연애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며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 새로운 시도로 미혼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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