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1개월 만 최고치로 시작한 환율 '숨고르기'…1426.9원 마감
전날 대비 10.1원↓…국내 증시 호조 반영
정치 불확실성 여전…1450원 저항 여부 주목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며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전날(9일) 하루 사이 20원 넘게 널뛴 달러·원 환율이, 국내 증시 호조를 반영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 1437원 대비 10.1원 내린 1426.9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6.1원 내린 1430.9원에 출발했는데, 오전 한때 1432원을 넘다 오후 들어선 1420원 중반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1430.9원의 경우 장 시작가 기준 지난 2022년 10월 25일(1444원) 이후 최고치인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외환당국은 오전부터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금융·외환시장 및 실물경제 동향 점검을 더욱 강화해달라"며 "위험 요인 포착 시 신속하게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6.8원 상승한 1426원으로 개장해 한때 1430원을 찍었다가 오전 11시 30분 들어 급상승하며, 11시 40분쯤 '1438.3원'에 고점을 찍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25일 1444.2원 이후 최고치다. 야간 거래(올해 7월 이후)를 포함하면 장중 1430원을 넘은 건 지난 3일(1442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2원까지 급등했다. 3일 하루에만 '41.5원'의 변동 폭을 보였는데, 이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달러가 급등했던 지난 2020년 3월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최대폭이다.
다만 이날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며 달러·원 환율 하락에 힘을 실었다. 전날 급락한 증시는 이날 들어선 코스피 2.43%, 코스닥 5.52%가 올랐다.
시장에서는 지난 7일 탄핵 소추안 부결로 인한 '탄핵 정국' 전개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봤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오는 14일 2차 탄핵안 표결을 예고한 만큼,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달러·원 환율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500원대 급등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면서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2000년 이후 금융위기를 제외한 상단인 '1450원'의 저항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전날 1440원 목전에 두고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가 유입되며 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며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정국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며, 특히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한데, 이는 외국인 투자심리 약화를 불러일으켜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재료"라고 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하며 상승 폭을 확대한 가운데, 2년 전 저항대 1440원 수준까지 상승 시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금융 위기 당시와 같이 경제가 0%대 성장의 심각한 위기를 반영하지 않는 이상 1500원대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나, 1%대 성장을 고려해 볼 때 1400원대에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의 상·하단 상향 인식 속에 2000년 이후 금융위기를 제외한 상단인 1450원 저항 여부가 주목할 점"이라고 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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