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신한 진옥동 회장 '파격 쇄신' 택했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던 진옥동…'세대 교체' 시급 판단
본부장에서 CEO로 직행하는 '파격 인사'…"조직 전체 긴장감"
- 김근욱 기자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5일 실시한 자회사 대표이사(CEO) 인사에서 '대규모 인적쇄신'을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사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안정'을 선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단연 돋보이는 점은 부행장이나 부사장이 아닌 '본부장'에서 CEO로 전격 발탁되는 파격 인사가 대거 나왔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강력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 추천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이날 자경위에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진 회장의 발언만큼이나 인사도 '파격'이었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지난해 진 회장의 인사 기조에 따라 교체 폭을 최소화하는 인사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임기만료 등으로 대상이 되는 13개 자회사 중 9개 자회사 CEO가 교체되는 대규모 인적쇄신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CEO가 교체되는 자회사는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DS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리츠운용 △신한벤처투자까지 총 9개다.
우선 그룹 주요 자회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박창훈 신한카드 페이멘트그룹 본부장이 차기 CEO로 신규 추천됐다.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에서 추천된 '파격 인사'다. 1968년생인 박 본부장은 지난 2021년 본부장에 올라 DNA 사업추진단, play 사업본부 등을 이끌어 왔다.
신한카드는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2위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성장 모멘텀이 절실하다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본부장을 CEO로 선발하는 과감한 인사를 통해 조직 전체의 성장 동력에 불을 붙인 셈이다.
신한저축은행·신한DS·신한펀드파트너스·신한리츠운용 등 4개의 자회사 CEO 후보가 모두 신한은행 본부장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행장, 부사장들이 엄청 많은데도 본부장급에서 CEO가 대거 발탁되는 일이 사실 흔치 않다"고 말했다.
신한저축은행 사장으로 추천된 채수웅 신한은행 본부장은 1968년생으로 차세대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 AMP'에 참여하고 있다. 경영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회사 CEO로 추천된 만큼 그룹의 차세대 리더를 적극 발탁하겠다는 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 DS 신임 사장으로는 그룹 내 ICT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민복기 신한은행 본부장이 추천됐으며, 신한펀드파트너스와 신한리츠운용은 김정남 신한은행 본부장과 임현우 신한은행 본부장이 각각 신규 선임 추천됐다.
대규모 인적쇄신을 단행하면서도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한 자회사 CEO에게는 확실한 연임을 보장하며 그룹 전체의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우선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우수한 경영 성과를 내면서도 은행의 혁신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으면서,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과하는 관례를 깨고 2년 연임이 주어졌다.
또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은 저축은행 업계 수익성, 건전성 1위를 달성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차기 제주은행장으로 추천됐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도 'TOP2' 전략을 목표로 전방위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고 1년 연임이 추천됐다.
금융권은 신한그룹이 자회사 CEO 교체 폭을 대폭 확대해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평가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부장급에서 CEO를 대거 발탁하면서도 확실한 능력한 입증한 CEO는 연임을 보장했다"면서 "조직 쇄신과 안정을 적절하게 조합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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