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만 떨어지면 뭐하나"…은행 대출 받기가 '산 넘어 산'
은행채 5년물 '연 최저치'…주담대 금리 하단도 3.5%대로 '뚝'
대출 금리는 떨어졌지만…은행권 대출 절벽에 소비자 체감 미미할 듯
- 김근욱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도엽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로 낮추는 깜짝 인하를 결정하면서 은행권 대출 금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산정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는 '연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담대 고정형 금리도 하단 기준 4%대를 웃돌던 지난 달과 달리 3.5%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리 자체는 떨어졌지만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은행이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내어줄 수 없는 '대출 절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 달 만에 금리를 다시 낮추는 '백 투 백'(back to back·연속)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무려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도 어긋났다. 당초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을 이유로 추가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최근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한 데다 내수마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와 투자를 살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대출 금리가 떨어지느냐다. 현재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해 '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고정형)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는 지난 27일 3.092%를 기록하며 연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행채 5년물이 지난 8~9월 3.1%대를 기록한 경우는 있었으나, 3.0%대까지 떨어진 것은 올해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하면서 이달초 3.3%대부터 현재 3.0%대까지 빠르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57~5.59%로, 금리 하단이 3.5%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은행권 대출금리 하단이 대부분 4%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실제 소비자들이 대출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총량 규제에 따라 은행이 소비자에게 대출을 내어주기 어려운 '대출 절벽'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대부분 은행들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다 초과한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바로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단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리 하단은 3.5%대까지 떨어졌지만 이정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비자는 드물 것"이라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실수요자를 제외하면 대출 자체가 제한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기업 대출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 "다만 대부분 연말에 재무계획을 세우고 연초에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내년에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권에선 또 한 번 예금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5대 은행은 모두 예·적금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은행권은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보다 조정이 자유로운 예금금리부터 내린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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